[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많은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음달 신 회장이 맡고 있는 4개 계열사 등기이사직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롯데 계열사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9개 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회장은 롯데문화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어 이를 포함하면 겸직 임원직은 10개까지 늘어난다.
신 회장의 등기이사 겸직은 국내 10대 그룹 총수 중 압도적으로 많다. 신 회장 다음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해 많은 편이지만, 신 회장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3곳,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GS, GS건설, GS스포츠 등 3곳,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두산, 두산베어스 등 2곳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밖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은 1곳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계열사 등기임원 등재비율이 8.4%로, 10대 그룹 총수 평균(3.0%)보다 크게 높다.
신 회장의 다수 계열사 임원 겸직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과도하게 많다는 점에도 부정적인 시각이 더 우세하다. 통상적으로 여러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맡을 경우 내실 있는 직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고 개별 기업의 독립성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에 대해 반대 의결을 행사하도록 의결권 행사지침에 규정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일부 롯데 계열사에 대해 신 회장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국민연금이 좀 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기조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목소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사내이사, 회장), 호텔롯데(대표이사, 회장), 롯데케미칼(대표이사), 롯데건설(사내이사) 등 4개 계열사의 신 회장 등기이사직 임기가 3월 말 종료돼 주목받고 있다. 신 회장이 이들 기업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까지 이들 계열사의 신 회장 등기이사 재선임 여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아직 해당 계열사에서 신 회장의 등기이사직과 관련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전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 회장의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에 대해 롯데 측이 책임경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재선임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여러 계열사 임원을 맡고 있는 것에 대해 책임경영 강화 차원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총수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아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는 그룹사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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