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다투어 피어나는 4월, 비교적 깊은 산 숲속을 다니다 보면 연약한 줄기 위에 달린, 마치 실핏줄처럼 붉은 잎맥이 선명한 흰색의 꽃들이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채 잎도 피지 않는 아주 작은 꽃이라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밟아 버리기 쉬운 꽃입니다. 이 꽃이 바로 쌍떡잎식물로 괭이밥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 ‘큰괭이밥’입니다.
큰괭이밥은 숲이 우거진 깊은 산 그늘 속에서 자생합니다.
가늘고 비늘조각이 빽빽한 땅속 줄기가 있고, 거기에서 3개의 작은 잎이 옆으로 펼쳐지며 나옵니다.
잎은 거꾸로 선 삼각형 모양이며, 길이가 약 3cm이고, 너비는 4~6cm까지 됩니다. 가운데 윗부분은 오목하고, 가장자리에는 털이 있습니다.
꽃은 4~5월에 걸쳐 흰색으로 피며 5~15m의 꽃자루 끝에 하나씩 아래를 보며 달립니다. 그래서 봄의 요정이 살포시 고개를 숙이고 배시시 웃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꽃받침은 다섯 가닥으로 갈라지며 긴 타원형으로 된 다섯 장의 꽃잎에는 마치 실핏줄이 퍼져나간 것처럼 붉은 잎맥이 방사형으로 퍼져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선연한 피빛이라 약간은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한답니다.
괭이밥 종류는 대부분 잎이 먼저 나고, 그 다음에 꽃이 피는데, 큰괭이밥은 꽃이 먼저 피고, 시들 무렵에야 잎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꽃 속에는 연한 베이지색의 수술이 10개, 암술은 1개, 그리고 암술대는 5개가 있습니다.
큰괭이밥의 꽃말은 ‘빛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환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하고 있는데, 잎과 줄기는 씹으면 신맛이 나고, 생으로 먹을 수도 있습니다.
옴이 올랐거나 독충에 물렸을 때 잎을 짓이겨서 즙을 바르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빛나는 마음’의 ‘큰괭이밥’ 꼭 한 번 찾아 보세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사)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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