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회장 공모, 15~16명 물밑 경쟁 치열

데이터뉴스, 전현직 KT임원 및 장관출신 후보군 집중분석...지역 학맥 놓고 물밑작업


KT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공모에 돌입함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대기업 군에 속하는 포스코와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지 오래지만,  CEO(최고경영자) 선임 관련해선 여전히 낙하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자리는 연봉과 권한 역시 막강해, 이 자리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따라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논란이 일어왔다.

23일 데이터뉴스가 KT 내부와 정치권 등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거론되고 있는 KT 차기 회장 후보군의 면면을 분석한 결과, 이번 역시 사내 경쟁뿐만 아니라 정권에 줄이 닿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향, 출신학교 등 학연지연을 통한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KT는 문재인 정부의 불간섭방침이 지속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자체적으로 후임자선정을 위한 절차를 착착 밟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지배구조위원회와 회장후보심사위원회 멤버들이 모두 황 회장 사람이라는 점을 들어 황 회장의 심복심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23일부터 차기 회장 후보를 외부 공모한다. 현재 후보로 전직 장관을 포함한 15~16명의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준형(65·서울)유영환(62·서울)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69·광주)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3명의 전직 장관들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노 전 장관과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나란히 정보통신기술(ICT) 주무부처인 정통부 장관을 지냈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21회 동기다. 노 전 장관이 200610대 정통부 장관이 됐고 1년 뒤 유 전 장관이 정통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 퇴임 직후 유 전 장관은 한국투자증권 부회장, 올 초부터는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노 전 장관은 산업기술대 총장을 지낸 뒤 현재는 김앤장에 적을 두고 있다. 문화부장관을 역임한 정동채 전 장관은 정치권 인맥을 통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KT 임원 중에는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 부문 사장(대전)과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 사장(청주), 이동면 미디어플랫폼 부문 사장(서울), 박윤영 기업고객부분장(서울) 4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그동안 사내 지원공모를 통해 이같이 압축했다. 사내 회장후보자군은 회사 또는 계열사 재직 2년 이상이면서 회사 직급기준으로 부사장 이상이면 응모가 가능하다.

구 사장은 황창규 회장의 첫 번째 비서실장을 지낸 뒤 3년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따라서 황 회장의 복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불법정치자금 후원과 고액 경영고문 위촉 논란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 사장은 세 사람 중 유일한 KT 4급 기술공채 출신이다. KT가 공사 시절 따로 뽑았던 4급 공채는 그 동안 KT 경영진을 배출한 통로였다. 특히 노영민 청와대비서실장과 청주고 동문이다. 이 사장도 황 회장 취임 후 전무로 승진해 2015년 부사장, 2017년 사장이 되면서 초고속 승진했다. 또 박윤영 기업고객부분장도 사내 4배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모두 황회장 사람이며, 출신이 집권세력인 호남 부산경남(PK)가 아닌 서울 충청도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직 KT 임원 출신 중에서는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마산), 노태석 전 서울로봇고 교장(부산), 이상훈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서울),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대전), 전인성 전 KT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정선),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서울), 최두환 전 포스코 ICT 사장(부산), 홍원표 삼성SDS 사장(광주), 한훈 전 KT 희망나눔재단 이사장(서울)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KT에서 상무 이상 임원을 지냈다. 특히 PK 호남출신들은 정권실세와 줄을 대면서 낙점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학연을 동원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직 임원 중에선 임헌문최두환이상훈 전 KT 사장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연세대 출신인 임 전 사장을 제외하고 네 사람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어서 연세대와 서울대 출신 간 학맥 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마평과 무관하게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석채 전 회장의 경우 김영삼 전대통령, 황창규 회장의 경우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 있어왔다. KT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은 후보 인선 막판 우편으로 지원서가 접수됐고, 황 회장은 갑자기 윗선과 줄이 닿는 이사회 멤버의 추천을 받아 경쟁자를 밀어내고 회장에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창규 기자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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