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의 특징은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된 이들이 모조리 한직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반면 검찰 내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에 ‘친문’ 인사가 배치됐다.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전북 전주고와 경희대 출신의 이성윤(58·연수원 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2006년까지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대검찰청 간부에게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비리 수사에 윤 총장을 배제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해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인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전주고와 서울법대 출신인 조남관(55·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임명됐다. 조 신임 국장 역시 노무현 정부시절 2006~2008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냈다. 조 국장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 내부망에 “검찰 수사의 발단이 된 박연차 비위를 제대로 감찰하지 못한 죄스러움이 있다”며 “봉하마을로 내려가 조문하는 것이 인간에 대한 도리라 생각했다”는 글을 올릴 정도로 현 정부와 주파수가 맞는 인물이다.
검사장으로 승진한 5명 중 2명도 전북·전남 출신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은 심재철(51·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온 배용원(52·27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그렇다.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광주 인성고 출신의 고기영(55·23기) 부산지검 검사장이 임명됐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불린 이들은 전국으로 흩어졌다. 조상준(50·26기·서울) 대검 형사부장과 한동훈(47·27기·서울) 반부패·강력부장, 이원석(51·27기·광주) 기획조정부장 역시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부산고검·수원고검 차장검사로 가게 됐다. 박찬호(54·26기·광양)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지검 검사장으로 발령났다.
법조계는 이번 인사로 검찰에서 진행하던 조 전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에 관한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검사들 사이에서는 향후 차장·부장검사 인사까지 나면 현 정권을 향한 수사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실무 수사진 인사가 더 걱정스럽다”며 “새로 들어온 수사 지휘부들은 무슨 수사를 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수사통을 다 날린 격”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9일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야당이 ‘검찰총장 의견 묵살한 인사’라고 비판하자 “검찰총장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장관은 야당의원들의 “장관이 인사에 대한 검찰총장의 의견을 묵살해 검찰청법 34조를 위반했다”고 비판한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추 장관은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며 “인사위 30분 전이 아니라 그 전날도 의견을 내라고 했고, 1시간 이상 통화하면서도 의견을 내라 했다"고 말했다.
오창규 기자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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