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도 설레임도 없이 평온한 기다림만으로 채워진 인생을 사는 것은 어쩐지 아깝다. 도착하기 위해선 언제나 가슴 뛰는 간절함이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생을 역동적으로 누리고 싶다. 간절하게 떠나고 간절하게 도착하면서 이곳저곳 구석수석 누비고 싶다. 고난이 찾아와도 끄덕 없이 해쳐 나가고 싶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원하고 열망하고 싶다. 삶에 필요한 에너지는 간절함한 바람에서 나온다... 우리 삶이 결국엔 티끌만한 피사체에 불과하더라도 꼭 한 번쯤은 직접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되어 보겠다는 소망을 품었으면 한다.”
“일터에서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동료들 중에는 나와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도 많고, 항상 이타심을 발휘할 정도로 내가 ‘천사표’인 것도 아니며, 오리려 때때로 이기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난 좀 더 현실적인 중간 목표를 세웠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쉽지 않다면 최소한 ‘합리적인 사람’이 되자고, 설령 다른 이를 더 도와주진 못해도 말은 제 일엔 책임을 다하는 것, 그래서 결코 다른 구성원에게 피해를 주진 않겠다는 다짐에서 최소한의 한리성이 나온다. 특히 나의 진심이 항상 고울 수만은 없어 일하는 데 쏟는 정성이 부족할 때도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마음이 못 미쳐도 일하는 태도만큼은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지키고자 다짐했다. 번번히 서툴지만 일터에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이성으로 감정을 컨트롤하는 법을 연습하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음은 사실이다... 태도 자체가 나쁘거나 경솔하면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일터에선 일하는 자세가 평가 대상이다.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기자의 두 번째 에세이 ‘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를 읽다보면 당연한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 줄 더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열길 물길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도 오버랩된다.
신문기자 방송기자 등 16년차 취재현장을 누빈 저자는 다양한 사회 스펙트럼을 곁눈질했다. 문화일보에서 신문기자로 언론에 발을 내디딘 그는 현재 jtbc에서 근무 중이다. 출입처도 틈틈이 바뀌었다. 그 사이 남편과 딸도 생겼다. 놓아 버리거나 휩쓸릴 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순순히 내어 주지 않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왔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먼저 사랑했고, 성장하기 위해 회사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기준에 초점을 맞췄고, 오래 일하기 위해 일상을 돌보고 루틴을 세우며 취향을 가꿨다. 무엇보다 단 한 번뿐인 삶을 후회가 아닌 행복으로 채우기 위해 들이는 노력을 누구의 말마따나 ‘진부하고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겼다. 긍정적인 자존감 넘치는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보잘것없어 보였던 내 노력이 어느새 반짝반짝하게 닦여 빛을 내고 느끼게 된다. 나아가 “조금 더 괜찮은 삶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옆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는 대목에서는 노기자의 냄새까지 풍긴다. 심지어 천상병의 ‘귀천’ 시가 떠오른다.
“한번 주어진 생의 여행에 실패하진 않을 것이다. 삶을 스스로 주도한다는 건 그런 거다. 인생은 결국 자세에 대한 문제다.”
저자는 삶의 열정이 시들해질 때 그때가 바로 나의 태도를 다잡을 시기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능력이 부족해서, 노력이 부족해서 번번이 휘둘리고 무뎌지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을 환경과 상황에 휘둘리게끔 내어 준 ‘태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노력한다는 건 극복한다는 것이다. 핸디캡을 딛고 올라서고, 그냥 두면 안 될 수도 있는 일을 되게 만드는 것에 노력의 본질이 있다. 생각해 보면 정말 신비로운 힘이다.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마법이며 삶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용기다.”
그러면서도 삶은 ‘쉼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 책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에서 일에 쉼표를 붙이고 영국 런던으로 떠나 자신과 마주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회사와 나 사이에 있는 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종종 혼란스럽다면, 지치지 않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나의 일’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면 이 책을 펼쳐 보자. 당신의 마음과 생각을 붙잡아 줄 태도가 바로 여기에 들어 있다.
▶작가 소개
조민진
JTBC 기자. 정치· 사회· 국제 등 다양한 영역을 두루 취재하며 16년째 기자로 살고 있다. 2005년 《문화일보》에서 처음 시작해 2011년 JTBC에 개국 멤버로 합류했다.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말과 글에 대한 애정이 깊다. 언제나 더 잘 말하고, 더 잘 쓸 수 있기를 꿈꾼다. 책과 그림, 이른 새벽과 커피를 좋아한다. 2018년 여름부터 2019년 여름까지, 1년간 영국 런던에서 연수하면서 첫 책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를 썼다. 아직 꿈이 많아서, 오래 일해 볼 생각이다.
오창규 기자 chang@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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