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떡풀의 잎은 높은 산, 이끼가 낀 습한 바위에 붙어있다. 사진=조용경
우리에게 한자를 가르쳐주는 꽃이 있습니다. 꽃의 모양이 ‘큰 대(大)’ 자를 닮은 작은 꽃입니다.
7~8월에 걸쳐 주로 백두대간 지역의 높은 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끼가 낀, 습한 바위 위에 심장 모양의 넓적한 잎들이 붙어 있고, 그 사이에서 나온 가는 줄기 끝에 매달린 듯이 피는 아주 작은 하얀 꽃이 눈에 띕니다.
‘바위떡풀’이라는 꽃이지요.
바위떡풀은 쌍떡잎식물로서, 범의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입니다.
잎은 약간 다육질로 돼 있으며, 둥근 심장형입니다.
잎 길이는 약 5~9㎝, 폭은 7~10㎝이고,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며 치아 모양의 톱니가 있고 뒷면은 흰색을 띱니다.
잎들이 마치 바위 위에 떡처럼 달라붙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바위떡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잎 사이에서 10~30cm 정도의 길고 가는 줄기가 올라오고 그 끝에 흰색, 혹은 흰색을 띤 붉은 색의 꽃이 7월 하순부터 9월 초순에 걸쳐 취산꽃차례로 핍니다.
바위떡풀은 가늘고 긴 줄기 끝에 흰색 혹은 분홍색의 꽃이 취산꽃차례로 핀다. 사진=조용경
꽃에는 가는 꽃잎이 다섯 장 있는데, 위의 세 개는 크기가 작고, 밑의 두 개는 크고 길어서 얼핏 보면 큰 대(大) 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 꽃을 대문자초(大文字)라고도 불렀다고 합니다.
지금도 한방에서는 바위떡풀을 대문자초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바위떡풀의 꽃말은 '변하지 않는 우정'이라고 합니다.
바람이라도 불면 꽃과 줄기는 계속해서 하늘거리지만, 잎은 바위에 딱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바위떡풀의 다섯 장의 꽃잎은 큰 대(大) 자를 닮아서 대문자초라고도 부른다. 사진=조용경
김인호 시인은 시 '바위떡풀'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바위에 떡~하니 붙어 꽃 피워 바위떡풀인가! / 바위 틈새에 뿌리 내리고 용맹정진 / 마음에 큰 대(大)자 하나 새겼으니 / 이제 남은 글자는 무슨 자일까?”
바위떡풀의 생김새를 눈으로 보듯이 그려 낸 시입니다.
한방에서는 바위떡풀 말린 것을 달여 마시면 콩팥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며, 중이염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시절이 험합니다. 인간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세상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오랫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를 찾아 '변하지 않는 우정'을 다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조용경 객원기자 / hansongp@gmail.com
야생화 사진작가
전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