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이 선정됐다.
이 밖에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www.kpec.or.kr)가 밝힌 2007년 '10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역사학의 전문 연구방법을 예언가와 예언서에서 찾아 우리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는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백승종, 푸른역사),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저자가 영화를 통한 자신의 영적 치유 경험을 풀어 쓴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김서영, 은행나무), 우리 삶의 행로를 좌우하는 금세기 현인들의 독창적 가설들을 간추린 ▲위험한 생각들(존 브록만/이영기, 갤리온), 한국의 시각적 전통예술을 회화와 공예, 조각, 건축 등으로 나누어 해당 예술품의 작품 감상이 가능하도록 펴낸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문명대, 안휘준 외, 돌베개) 등이 있다.
10월의 읽을 만한 책 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다음과 같으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www.kpec.or.kr/webzine)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 10월의 읽을 만한 책 추천사 ◆
조대리의 트렁크
백가흠 / 창비
2007.08.20 / 310쪽 / 9,800원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이 젊은 작가의 9편의 단편소설들의 세계는 매우 불온하다. 교양으로 이루어진 반대편의 세계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게임이나 상상이거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지므로 처음엔 당황할 수조차 있다. 그런데 한 겹 들어가서 보면 바로 그 불온함이 우리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상세계나 추리세계에서 온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라고 여기고 싶을 만큼 외면하고 싶은 세계를 다루고 있다. 보기 드물게 치열한 리얼리즘의 세계가 펼쳐진다. 평온하게 이어지는 것 같은 비슷비슷한 일상 속의 어느 날 아침 식탁에 놓인 조간신문에 마치 우리를 경악시키기 위해 날아든 뉴스들처럼 이 소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 생생하게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를 좌절시킨 뉴스를 토대로 해서 씌어진 작품들이 이 책 속에 여러 편 수록되어 있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왜 그리되었는지를 여러 기법을 통해 깊이 있게 파고 들어, 비극적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고통과 참담함과 가난으로 얼룩진 세계를 다름아닌 우리가 만들었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읽는 우리가 관찰자나 구경꾼이 아니라 그 한 일원임을 깨닫는 순간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작가의 피나는 노력이 돋보인다.
- 추천자 : 신경숙(작가)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
백승종 / 푸른역사
2007.09.10 / 260쪽 / 12,500원
피터 드러커나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들과 점술가들은 미래를 예언한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미래학자들은 사전에 공개적으로 미래를 예측하지만, 점술가들은 대부분 사후에 자신이 이미 맞춘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미래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수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보다 근본적 차이는 학문의 차원, 곧 과학의 차원인가 아니면 미신적 기복(祈福)의 차원인가 하는 점에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많은 점술가가 존재하고 있고, 풍수도참설이 현실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예언가와 예언서의 역사를 살펴보는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는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학의 전문 연구방법을 예언가와 예언서에 들이대니 일반의 상식과는 다른 사실이 많이 밝혀진다. 일테면 도선은 왕건이 아니라 견훤과 더 가까웠으며 그의 예언서는 모두 위작이라는 점이나, 조선 왕조교체를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 서산대사는 철저하게 친왕조적인 인물이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예언가와 예언서의 기능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후에 조작된 예언도 모두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보면서, "허구는 그것을 사실로 만들고 유포한 사람들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 이상으로 진정한 것이다(180쪽)"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바람과 실제 역사 사실 사이의 간극을 이 책은 잘 설명하고 있다.
- 추천자 :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
김서영 / 은행나무
2007.08.22 / 266쪽 / 9,000원
근대과학은 중세까지 따로 놀던 수학과 자연학이 결합하면서 탄생했다. 최근에는 영화와 정신분석이 만나 서로 상승을 촉진하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의 범위를 새롭게 개척해가고 있다. 이제 영화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적어도 이론의 영역에서는 영화 없는 정신분석이나 정신분석 없는 영화를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카메라의 시선은 정신분석과 더불어 사변적 시선의 능력을 더해가고, 정신분석은 영화와 더불어 우리의 일상세계로 들어오고 있다. 이 점을 놓친다면 이 시대의 인문학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변화를 읽지 못할 것이다.
'정신분석으로 읽는 영화'라는 제목을 붙일 만한 책들이 국내외에서 많이 출간되고 있는 사정은 이런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추천하는 책의 제목은 '영화로 읽는 정신분석'이다. 여기에는 정신분석의 범주로 영화를 재단한다기보다는 영화 속에서 정신분석을 맞이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영화 속에서 맞이하는 정신분석, 그것은 프로이트로 돌아가는 라캉의 이론과 프로이트를 떠나는 융의 이론을 다같이 지칭한다. 이 두 이론은 상호 배타적이어서 한 자리에 서기를 피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저자가 독특하게 정의하는 정신분석 속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어울리고 있다. 여기서 정신분석은 무의식 이론이자 욕망의 이론이되 무엇보다 치유의 이론이다. 저자는 영화와 더불어 가졌던 자신의 영적 치유의 체험 속에서 엄밀하고 딱딱한 정신분석의 언어를 극적인 감동이 넘치는 실존분석의 언어로 옮기고 있다
- 추천자 :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교수)
대국굴기
왕지아펑 외 7인 외 / 양성희, 김인지 / 크레듀
2007.08.20 / 384쪽 / 15,000원
21세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21세기 패권도전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근대 들어 세계의 패권국이었던 네덜란드, 영국, 미국을 비롯해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와 독일, 일본과 러시아라는 아홉 개의 근대시대의 강대국들이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가를 나름의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계몽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이 중국의 CCTV가 만든 야심적인 12부작 다큐멘터리 <대국굴기>이다.
이 시리즈는 국내에도 한 방송국을 통해 소개되어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는데 이 시리즈의 핵심내용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요약한 것이 바로『대국굴기』라는 책이다. 이 책은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내용을 책으로 풀어 쓴 만큼 쉽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우선 위에서 열거한 9개 강대국의 역사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쓴 책이라는 점에서 세계화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훌륭한 교양서이다. 나아가 이 책은 9개 개별국가의 역사이해를 넘어서 9개 나라의 사례비교를 통해 무엇이 강대국이 되는 조건인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다.
- 추천자 : 손호철(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나는 나를 베팅한다, 그리고 그 후
김상경 / 국일미디어
2007.08.06 / 320쪽 / 12,000원
이 책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외환딜러 '김상경'의 삶을 솔직담백하게 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외환딜러의 세계 및 일하는 여성으로서 부딪치는 많은 갈등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에 들어가 제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외환딜러의 길을 걷게 된다. 외환딜러가 전무했던 시절, 여성의 몸으로 전쟁터 같은 외환시장을 헤쳐 나갔던 저자의 삶을 통해, 독자들은 가정과 일의 갈등을 조화시키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외환시장의 메커니즘과 거래전략, 외환시장의 많은 사건과 배경을 저자 특유의 체험을 살려, 쉽고 솔직담백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래의 외환딜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보다 현실적인 딜러의 상을 보여주고, 언젠가 일터를 떠나 또 다른 인생을 맞이할 직장인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주고 있다. 또한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당당함과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 주고 있다. 김상경씨는 딜러 시절 맺었던 인연을 바탕으로, 인생의 제2막을 국제금융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2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저자의 '못 말릴 성실성'이 여전히 그녀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증거다.
- 추천자 : 정운찬(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위험한 생각들
존 브록만 / 이영기 / 갤리온
2007.08.24 / 428쪽 / 17,800원
기존의 생각과 질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상은 사회적 안정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 집단적으로 배척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나 변화를 통한 생존이 강력히 요청되는 최근에 이르러 창의적 사고의 가치가 반등하고 있다. 숨 가쁜 "가속의 시대"인 오늘날 사회변혁의 추동력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과거에는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돌발 사태, 근자에 들어서서는 자본이나 기술과 같은 물적 요소가 사회변동의 요체로 중시되어 왔다. 그러나 "인간이 역사를 만든다"라는 인본주의 역사학자 E. P. 톰슨의 언명이 시사하듯, 관념의 힘은 인류사의 향방에 때때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왔다.
새로운 문명사적 기획을 도모할 수 있는 지식 공동체의 구축을 목적으로 한 에지재단 설립자 프록만이 웹사이트 지식포럼에 참여한 세계적 석학들의 사상을 간추린 편집서 『위험한 생각들』에는 우리 삶의 행로를 좌우할 수 있는 금세기 현인들의 "독창적 가설들"이 적절한 해설과 함께 간결하고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다. 도발적 사상을 회피하려는 소극적 자세야말로 시급히 타파해야 할 위험한 행태라는 점을 각인시키고자 한 이 책은 (1)구태를 벗어난 혁신적 사고가 사회발전의 필수 요소라는 점, (2)사상에는 국경이 없으며 그것은 학문세계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 (3)위대한 사고는 열정 없이 배태되기 어렵다는 점을 주지시킴으로써, 고뇌의 내재적 가치를 경시한 채 속절없이 살아가는 소시민들이나 머리와 가슴이 분리된 반쪽짜리 삶을 영위하는 기능인들 모두에게 인류의 미래를 관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
- 추천자 : 김문조(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인간의 미래
라메즈 남 / 남윤호 / 동아시아
2007.08.20 / 324쪽 / 14,000원
요즘 생명공학이 주도하는 인간개조를 많이 이야기한다. 알약 하나만 먹어도 더 똑똑해지고, 기억력이 향상되고, 유전자 하나만 바꿔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같은 불치병이 치료되고, 노화의 진행을 늦추고, 나아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 입장들이 있다. 저자인 라메즈 남은 '무한한 생명'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이 책을 썼다. 결국 유전자를 바꾸어 인간의 생명과 존재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생명공학은 우리에게 사고력, 감각, 외모, 의사소통 능력 등 어떤 면이든 원하는 대로 빚어 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맹신하기엔 반론이 만만하지 않다. 이러한 주장에 반대하며 유전자 조작을 극구 말리는 입장들도 많기 때문이다. 시카고대학교 생명윤리학 교수인 레온 카스는 불임수술, 성형수술, 장기이식 같은 것은 자연섭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대한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따르며, 이를 간단히 바꾸거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별 있는 행동이라고 말한다.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라고 까지 극언하는 입장들조차 있다.
양론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래도 한 쪽의 주장을 외면할 수 없고 더 많이 알고 더 성찰하고 난 후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권고하는 바이다. 미래의 인간이 지금의 인간 같지 않다는 것은 과학기술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현실화 될 것이기에 그렇다.
- 추천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1,2)
문명대, 안휘준 외 / 돌베개
2007.08.10 / 각 286, 310쪽 / 각 20,000원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술품은 그 아름다움을 느끼고 스미게 하는 특별한 향기를 지닌 무엇이다. 그중에서도 한국 최고의 예술품이라 하면 우리를 어떤 향기에 젖게 할까,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자태에서 스며 나온다. 한국의 시각적 전통예술을 회화, 공예, 조각, 건축으로 나눈 후 다시 시대와 분야 각도에서 세밀하게 작품을 골라나간 노고가 돋보이며, 기획자와 편집자의 꼼꼼한 배려로 글의 품격과 일관성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대상화 된 예술품들과 잘 만나고 있다.
그간 이와 유사한 서적들이 출판된 적이 있었지만 작품을 일반인에게 이해시키고 실제로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텍스트에 충분히 반영되었고, 도판의 깊이를 더해 그 자체로 작품 감상이 가능하도록 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서의 아름다움과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좋은 책이다. 극히 소박한 사층사방탁자 하나에서 느낄 수 있는 절제와 여백의 공기가 중국, 일본과 비교해서 어떻게 다른지,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이 책과 더불어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추천자 : 김춘미(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빅토르 위고의 유럽 방랑
빅토르 위고/ 정장진 / 작가정신
2007.08.30 / 248쪽 / 10,000원
'레 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민주정을 열렬하게 옹호한 의원이기도 했다. 1851년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를 통해 제정을 수립하자 저항운동을 펼치다가 추방돼 19년이나 유럽 이곳저곳을 떠도는 방랑생활을 해야 했다. 주로 부인이나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된 위고의 유럽방랑기는 그래서 여행이 갖는 마음상처 치유의 힘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길지 않은 글을 통해 어느 나라 어느 지방에 갔을 때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신랄함을 잃지 않는다.
라 루프의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느낀 소감은 "오! 그처럼 커다란 돌더미를 가지고도 아주 형편없는 것들만을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가련한 건축가들, 각성해야 하리라!"이다. 그의 여정은 프랑스 남서부를 거쳐 스페인으로 갔다가 벨기에로 들어가 독일 라인강 주변과 룩셈부르크, 스위스로 이어진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그가 화가 못지않은 그림솜씨로 그린 현장의 그림들이다. 대부분 스케치와 수묵화이지만 일급 화가의 그림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위고가 개인적으로 겪어야 했던 고통 속에서 피어난 연꽃들이라고나 할까? 그의 글을 읽고 간간히 나오는 그의 그림들을 보며 부럽고 또 부러운 것은 사물 속으로 파고 드는 그의 통찰이다. 그것은 여행지 건물과 풍경에 대한 통찰이면서 삶에 대한 통찰이기에 흔히 볼 수 있는 기행문과는 격이 다르다.
- 추천자 : 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밴드마녀와 빵공주
김녹두 글, 이지선 그림 / 한겨레출판
2007.08.31 / 148쪽 / 8,000원
한국아동문학은 오랫동안 가난한 아이들을 그려왔다. 그만큼 가난한 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아이들은 예전과는 다른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가정과 학교가 생활 배경으로 존재한다. 『밴드마녀와 빵공주』의 무대도 가정과 학교이다. 학교에서 밴드마녀라고 불리는 말라깽이 하은수와 빵공주라고 불리는 덩치 큰 방공주의 우정이야기가 이 작품의 큰 축을 이루는데, 이들의 가정 속으로 들어가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6학년인 하은수는 작년 10월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왔는데, 그전까지는 엄마의 성을 따라 박은수라도 불렸다. 이른바 미혼모 가정의 아이였던 것이다. 한편, 방공주는 엄마가 아버지와 성격이 안 맞아서 가출했다. 그래서 방공주는 허전한 마음을 먹는 것으로 달랜다. 학교에서는 준비물도 제대로 안 가져와서 늘 벌을 서곤 하는 두 아이가 알고 보면 성장통을 앓으며 삶의 한가운데를 건너가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과 재혼, 그리고 혼외출산 등은 어른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아이들이 함께 겪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은수가 박은수에서 하은수로 자리잡아가는 과정, 방공주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작가는 따뜻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어른과 아이가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작품이라고 하겠다.
- 추천자 : 엄혜숙/이상교(아동도서연구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