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수렁 현대중공업그룹, 어깨 더 무거운 연임 CEO

상장 계열사 8곳중 6곳 1~3분기 영업이익 악화…오너 3세 정기선 대표 경영능력 주목


현대중공업그룹 상장사들이 실적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조기 임원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한 CEO들은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현대중공업그룹은 10월 임원 인사에서 정기선 사장을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의 대표로 내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그간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으로 운영됐지만,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알렸다. 또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조선, 에너지, 건설기계 등 3개 핵심부문의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했다.

26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중공업그룹 상장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8개 상장사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5131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5440억 원) 대비 5.7% 감소했다.

그룹의 핵심인 조선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3분기 6881억 원의 적자를 냈다. 선박 주요 원자재인 후판 가격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하며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 대표로 내정된 오너 3세 정기선 사장이 향후 흑자 전환에 성공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1982년 태어났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향후 납품받을 후판을 위해 8960억 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선반영했다. 이처럼 잠재 부실을 털어내고 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조선업황 부진에 따른 저가 수주 물량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 올 들어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수주 성과는 2023년 이후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된다.

현대중공업(1015억 원→-3196억 원)과 현대미포조선(746억 원→-14억 원)도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이 기간 매출도 각각 7.6%, 5.0% 감소한 5조8354억 원과 2조267억 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에너지솔루션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3분기 98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39억 원으로 60.2% 감소했다. 태양광 발전사업의 원재료 가격 상승이 수익성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도 영업이익이 1.2% 줄어든 514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3월 이 회사의 구원투수를 맡은 조석 대표는 취임 이후 수익성을 최우선에 둔 경영을 펼쳤다.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을 펼친 가운데 수주잔고 가운데 적자 발생 가능성이 높거나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은 수주는 계약을 취소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이어왔지만, 3분기 영업이익이 78.4% 하락했다. 물류대란에 따른 선적 지연과 미국 판매법인 충당금 설정 등 일회성 이슈 등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영업이익이 소폭 낮아졌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2537억 원에서 올해 2527억 원으로 0.4% 줄었다. 조영철 대표와 오승현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현대건설기계의 영업이익은 전년(789억 원) 대비 145.2% 증가한 1935억 원으로 집계됐다. 임원인사에서 최철곤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했다. 최 대표는 볼보건설기계, 두산인프라코어 등 국내 건설기계 경쟁업체를 거친 '생산통'으로 평가된다. 취임 이후 수익성 호조를 지속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1조2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기계 등 주요 자회사들이 개선된 실적을 거둔 데 영향을 받았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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