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됐다. 연말 인사에서 각 그룹 배터리 계열사의 위상도 한층 높아진 양상이다. 보다 앞당겨진 전기차 시대에 맞춰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7일 데이터뉴스가 국내 배터리업계 대표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개 기업의 대표가 올해 하반기 연말 임원 인사 및 기업 분할로 인해 신임 CEO를 맞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이, SK온과 삼성SDI는 지동섭 사장과 최윤호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또한 SK온과 삼성SDI는 김준 SK이노베이션(SK온의 모기업) 사장과 전영현 삼성SDI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의 인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에 각 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SK그룹의 오너일가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으로 복귀할 것으로 관측되며 배터리 사업이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CEO 교체로 새로운 판을 짠 배터리사들은 향후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만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대표 체제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 재원 확보에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10월 중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8월 GM의 전기차 볼트EV 배터리 리콜 사태가 발생하며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한 바 있다.
GM과의 리콜 관련 합의가 종결되며, 상장 절차가 속개됐다. 지난 7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내년 1월 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권영수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기업공개 흥행이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최대 12조7500억 원(LG엔솔 10조2000억 원, LG화학 2조5500억 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확보된 재원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생산능력 극대화를 위한 시설자금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오창공장, 유럽, 중국 난징, 북미 등에 향후 3년 간 9조 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170GWh(기가와트시) 수준인 생산능력을 오는 2025년까지 430GWh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도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온은 연간 40GWh 수준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3년 85GWh, 2030년 500GWh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할 경우 생산능력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투자금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다만 SK온은 영업손실을 이어오고 있어 이익을 통한 재원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SK온 역시 기업공개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온은 당장의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작업에도 돌입했다. JP모건과 도이치증권을 주관사로, 약 3조 원 규모의 IPO에 나선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SK온의 기업가치(30조~35조 원)의 10% 수준이다.
삼성SDI는 그간 배터리사 중 투자에 가장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경쟁사 대비 재무구조가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판매량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상반기 이후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SK온에 뒤쳐졌다.
그룹 내 재무통이자 전략통으로 꼽히는 최윤호 사장이 새로운 대표로 내정되면서 글로벌 투자 확대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만, 최 사장은 최근 진행된 취임 소통 간담회에서 "장기적인 기술 개발 로드맵을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와 소재를 개발하고, 안전성을 확보한 혁신 공법으로 기술 초격차를 이뤄야 한다"며 "품질 경쟁력을 제조업의 기본이며, 회사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삼성SDI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4251억 원) 대비 88.6% 증가한 8019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경쟁사들은 리콜과 투자 비용 증가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