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합병 전보다 수익성 줄었다

장기적 투자, 1년 새 1400명 늘려 차량 SW 개발 집중…정의선 회장 지분가치 극대화 포석


현대자동차그룹의 소프트웨어(SW) 계열사 3곳이 합병한 현대오토에버의 수익성이 합병 전 3사 합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차량용 SW 개발역량 강화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행보로 풀이된다.

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오토에버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2조704억 원, 영업이익 961억 원, 당기순이익 714억 원을 달성했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 등 합병 3사의 2020년 실적 합계에 비해 매출은 9.6%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0.1%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31.3% 감소했다. 3사의 합병 전 실적 합계는 매출 1조8892억 원, 영업이익 1203억 원, 당기순이익 1040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합병 전 6.4%에서 합병 후 4.6%로, 당기순이익률은 합병 전 5.5%에서 합병 후 3.4%로 하락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분산된 그룹 내 SW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모빌리티 SW 전문기업을 목표로 지난해 4월 1일 IT서비스 기업 현대오토에버, 내비게이션 SW 개발기업 현대엠엔소프트, 차량용 임베디드 SW 플랫폼 기업 현대오트론을 합병했다.

이렇게 탄생한 합병 현대오토에버의 수익성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가 꼽힌다.

합병 현대오토에버의 지난해 말 현재 인력은 4980명으로, 합병 전 3사의 2020년 말 인력 합계(3552명)보다 40.2%(1428명) 늘었다. 모빌리티 SW 분야를 중심으로 선제적 인재 확보에 힘쓴 결과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현대오토에버는 SW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6년까지 직원을 7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미 인공지능·빅데이터, 모빌리티,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네트워크, 보안 등 54개 영역에 걸쳐 인재 채용을 시작했다.

현대오토에버의 이 같은 행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한 주요 계열사의 하나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모은다. 당장의 수익성보다 SW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방점을 찍은 모양새로 읽힌다.

정 회장은 현재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고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다. 

정 회장은 앞서 현대글로비스 지분 일부 매각을 통해 2009억 원을 확보했다. 지분 11.72%를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최근 기업공개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부진한 것이 주된 이유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승계 재원으로서 현대오토에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7.33%(201만 주)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 가치는 3일 종가(13만1500원) 기준 2762억 원이다. 

현대오토에버의 새로운 미션인 차량용 통합 운영체제(OS) 개발과 적용이 본격화되면 IT서비스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업의 미래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당장의 수익성보다 개발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최근 차량 SW 개발 전략을 시장에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7월 애널리스트, 기관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CEO 인베스터데이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는 “차량 SW 플랫폼 학대와 함께 통합 개발환경 플랫폼 구축,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를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오토에버는 2026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2026년 매출 3조6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은 2020년 1%에서 2026년 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투자비의 60%인 9000억 원은 연구개발(R&D)에 투입된다. 

이러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 차량 SW 부문에서 성과가 가시화되면 현대오토에버의 미래가치가 재평가되고, 이는 정 회장이 동원할 수 있는 승계 재원의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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