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체제서 첫 인사…안정 속 변화 꾀할 듯

상장계열사 CEO 19명 중 4명 임기 만료, 한종희 대표 연임 여부 관심…주력 계열사 호실적 또는 선방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영업이익이 고른 성장을 보인가운데, 12월 초 단행될 연말 사장단 인사에 재계의 관심이 쏠려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것이어서, 인사폭 등이 예의 주시된다. 

작년의 경우 12월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비교적 큰 폭의 사장단 인사가 발표됐다.

재계에선 이 회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뉴 삼성’ 경영전략에 따라 조직 쇄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작년에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고 올해는 대내외 시장환경이 불안정한 점을 들어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공존한다. 

15일 데이터뉴스가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대표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와 전영묵 삼성생명보험 대표,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 호실적을 거두거나 비교적 선방해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31조7668억 원, 39조7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03조393억 원, 37조7671억 원) 대비 14.1%, 3.5%씩 증가했다.

한종희 대표가 맡고 있는 DX부문은 올해 들어 139조78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전년 동기(121조6900억 원) 대비 14.9% 늘었다. 폴더블의 지속적인 성장과 갤럭시 S 시리즈의 판매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 다만, 재료비와 물류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저조한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삼성전자 인사에서 한종희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 따라 다른 임원들의 연쇄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삼성그룹 상장사 CEO 중 비교적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이에 더해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교체가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에 오른 지 1년차인데다, 삼성전자가 투톱 체제로 변화한 것도 1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기에는 이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DS 부문을 맡고 있는 경계현 대표도 연임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들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반도체 시장 악화 등 위기 상황 속에서 안정을 꾀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전자 계열사 중 취임 동기인 최윤호 삼성SDI 대표와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는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두 대표이사의 임기는 2025년 3월 만료 예정이다.

삼성SDI는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14조1582억 원, 1조3172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9조7373억 원, 8019억 원) 대비 45.4%, 64.3%씩 늘었다. 전기차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기는 매출을 늘렸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전방사업 감소에 영향을 받았다. 다만, 전장용 MLCC 등 수요처 다변화를 통해 비교적 선방했다.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은 1조81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1706억 원) 대비 7.6% 줄었다.

삼성SDS를 이끌고 있는 황성우 대표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황 대표는 2021년 3월 취임했으며,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클라우드와 수출입 플랫폼에 집중해 실적을 거두겠다고 밝혔는데, 올해 들어 해당 사업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생명은 올해 들어 아쉬운 실적을 거뒀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이 6405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1조3915억 원) 대비 54.0% 감소했다. 주식 시장 악화로 인한 변액보증 손실 확대와 지난해 삼성전자 특별배당급 지급에 대한 기저효과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다만 보험 본연의 영업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분석돼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또한, 삼성생명이 전영묵 대표 체제서 매년 순이익을 늘린 것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삼성카드도 순이익 상승을 이어갔다. 1~3분기 순이익이 2021년 4217억 원에서 2022년 4565억 원으로 8.3%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카드 사용액이 증가했고, 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해 회원 수도 늘렸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는 순이익을 성장시키며 합격점을 받아들었다.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1조222억 원에서 올해 1조326억 원으로 1.0% 늘었다. 전년도 특별배당금을 제외하면 13.6% 증가했다. 자동차, 일반, 장기보험 등이 골고루 성장했다.

취임 당시 구원투수로 나서며 호실적을 이끌었던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올해 들어 비교적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난 41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시황 악화에 따른 기업공개(IPO) 연기 등 비우호적 시장 환경에 직격탄을 맞았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들어 총 2조358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연 매출(1조5680억 원)을 3분기 만에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1237억 원) 대비 81.2%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4085억 원에서 6708억 원으로 64.2% 늘었다.

존림 대표는 취임 당시 바이오의약품의 핵심인 생산‧연구를 강화해 약 10년 후 위탁생산(CMO), 위탁개발(CDO), 위탁연구(CRO) 등 산업 전 분야에서 글로벌 1위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존림 대표는 취임 이후 최대 매출을 이끌어내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4공장의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내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생산능력이 62만 리터에 달하며 글로벌 1위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더해 삼성이 최근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향후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대표 3명이 2024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삼성물산도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688억 원에서 1조8943억 원으로 118.0% 증가했다. 

건설, 상사, 패션 등 사업부문이 모두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건설부문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6340억 원으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1180억 원) 대비 437.3% 증가했다. 오 대표 취임 전인 2020년 3분기 누적(3960억 원)과 비교해도 60.1% 늘었다.

최성안 대표가 이끄는 삼성엔지니어링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3966억 원에서 4884억 원으로 23.1% 증가했다. 

흑자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도 비교적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아직 적자가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3분기까지의 총 손실이 5186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549억 원)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최근 수주액을 늘리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총 78억 달러의 수주(11월 11일 누적)를 따내며 연간 목표(88억 달러)의 88.6%를 달성했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유정근 제일기획 대표도 호실적을 이끌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3조490억 원, 2396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3405억 원, 1832억 원) 대비 30.3%, 30.8%씩 늘었다. 사업 영역별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 중인 디지털 사업이 전체적인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첫 해를 보내고 있는 남궁범 에스원 대표는 매출 확대를 이끌어냈다. 특히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주요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다만 원가 상승 부담의 영향으로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소폭 하락했다.

박성태 멀티캠퍼스 대표는 취임 이후 꾸준히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임기 첫 해 영업이익을 92.9%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세대교체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할 경우 ‘60세 룰’이 적용될지가 관심거리다. 

19명의 상장사 CEO 중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1960년생, 만 62세로 최고령이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961년생(만 61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와 고정석 삼성물산 대표,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 황성우 삼성SDS 대표, 박성태 멀티캠퍼스 대표가 1962년생(만 60세)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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