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 엇갈린 실적, 연말 CEO 인사 영향 미칠까

1~3분기 10개 주요 계열사 영업이익 합계 35% 감소…실적 부진 CEO 교체 가능성 제기


LG그룹은 올해 글로벌 시장 상황이 요동을 친 가운데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명암이 크게 엇갈렸다. 구광모 회장이 이 달 말로 예상되는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G그룹 계열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LG그룹 주력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10개 주요 계열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합계는 8조427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조9782억)보다 35.0%(4조5503억 원) 줄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해온 사업보고회를 통해 계열사들의 실적과 전략을 점검하면서 연말 그룹 인사의 밑그림을 그려 온 것으로 전해진다.  

큰 변화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을 찍는 것이 LG그룹의 인사 성향이지만, 실적이 좋지 않은 계열사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 계열사 중 경영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계열사별로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헬로비전이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헬로비전은 30~40% 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LG화학(-34.4%), LG생활건강(-44.5%)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LG디스플레이는 적자로 돌아섰다.

LG그룹의 중심축인 LG전자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5.1% 증가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에 GM 전기차 리콜 충당금(약 4800억 원)이 반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한 셈이다. 유럽 등 글로벌 소비심리 위축으로 TV사업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한 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LG전자는 이번에 경영진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장을 교체해 조주완 대표가 회사를 이끈지 1년밖에 안된데다 그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장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조 대표 체제에 더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 CNS, LG헬로비전도 실적만 놓고 보면 현재의 경영진을 교체할 이유가 별로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까지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수장을 맡은 권영수 대표가 매출, 수익성, 성장성을 모두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2019년부터 정철동 대표가 이끄는 LG이노텍도 올해 1~3분기 30%가 넘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였다. 주력인 광학솔루션은 물론, 기판소재와 전장부품 사업도 영업이익을 늘렸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다. 

LG CNS는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23.5% 늘었다. 2015년 11월부터 LG CNS를 이끌고 있는 김영섭 대표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에 이어 주요 계열사 CEO 중 두 번째로 재임기간이 길다. 하지만, 클라우드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IT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면서 무리 없이 조직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교체 유인이 크지 않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 역시 줄곧 회사의 고성장을 이끌고 있다. LG헬로비전이 LG그룹에 편입된 이후 빠르게 조직을 정비해 실적 반등에 큰 역할을 했다. LG유플러스에서 CJ헬로 인수추진단장을 맡아 회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3.2% 줄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신사업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LG유플러스를 이끌고 있는 황현식 대표는 라이프스타일-놀이-성장케어 등 3대 신사업과 웹(WEB) 3.0으로 대표되는 미래기술을 4대 플랫폼으로 구성한 신성장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은 올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CEO 교체를 통한 쇄신을 거론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 중 한 두 곳의 CEO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올해 디스플레이·화학·화장품 산업 자체가 크게 부진한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도 많다. 특히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신학철 LG화학 대표,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는 해당 산업의 최고 전문가 또는 그룹 최고 재무통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위기관리와 재도약의 적임자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3분기 1조20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던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글로벌 수요 감소와 판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LG화학은 3분기까지 영업이익 34.4% 감소했다. 최악의 석유화학 시장상황에서 첨단소재·에너지솔루션 등 신사업을 통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은 LG그룹 주요 계열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줄었고, 영업이익은 44.5% 감소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는 그동안 효율적인 조직운영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꾸준히 실적을 끌어올리며 17년째 회사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올해는 매출 비중이 큰 중국시장 봉쇄 국면에서 해법을 찾지 못하며 실적하락이 불가피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 CEO 중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오랫동안 CEO를 맡아온 차 대표가 LG생활건강을 계속 이끌면서 반등을 이끌어낼 지 주목된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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