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요 상장계열사들이 올해 호실적을 보인 가운데, 연말 사장단 인사는 안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환경이 불안정한 가운데, 정의선 회장 체제로 세대교체가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소폭의 CEO 변화로 그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는 미래차 등 성장동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관련 임원 발탁 가능성은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젊은 임원을 포함해 203명의 임원을 선임하는 등 사상 최대 규모의 인사를 진행한 바 있다.
29일 데이터뉴스가 현대차그룹 상장계열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12개 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2조74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2423억 원) 대비 22.3% 증가했다.
현대자동차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86조5842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104조39억 원으로 20.1% 증가하며 1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3분기(7~9월)에는 37조7054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수급 완화와 환율 효과 등에 힘입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조1493억 원에서 6조4605억 원으로 25.5%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상승하며, 장재훈 대표와 올해 취임한 이동석 대표 모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두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특히 두 대표 모두 정의선 회장이 취임한 이후 선임된 인사라는 점에서 안정적 기조에 더욱 힘이 실린다.
기아도 호실적을 거뒀다.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3조3949억 원, 5조6088억 원으로, 전년 동기(52조6740억 원, 3조8906억 원) 대비 20.4%, 44.2% 증가했다.
송호성 기아 대표는 올해 초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실적 상승을 이끌어내며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송 대표는 현대차그룹 상장사 대표 중 젊은 편이기도 하다. 1962년생으로, 올해 만 60세다. 최준영 기아 대표도 1963년생, 만 59세로 젊은 편에 속한다.
임기 2년째를 지내고 있는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취임 이후 연간 매출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41조702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 1~3분기 매출은 36조7967억 원으로, 3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매출의 88.2%를 채웠다. 이에 올해도 최대 매출 달성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외부 시장의 수주도 성장세를 잇고 있다. 2020년 17억5800만 달러에서 2021년 25억1700만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3분기 33억3500만 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주액을 넘어섰다. 또 연간 목표인 37억4700만 달러의 89.0%를 채웠다.
최근에는 모듈과 부품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를 공식 출범시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발걸음을 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9월 말 현재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이 0.32%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분 확대가 필요하다.
또 다른 부품계열사인 현대위아도 호실적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률이 50%대를 기록했다. 정재욱 대표도 취임 이후 매년 영업이익(2020년 720억 원→2021년 1047억 원)을 늘렸다.
안동일 대표가 이끄는 현대제철도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매출은 지난해 1~3분기 16조4094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21조3606억 원으로 30.2%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6754억 원에서 1조8925억 원으로 13.0% 증가했다.
안 대표는 취임 이후 비수익 사업부문을 정리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했다. 스테인리스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순천 컬러강판 설비와 당진 공장 전기로 열연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올해 철강업계 시황이 회복되며 영업이익이 늘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제품 판매 단가 하락 등으로 수익이 줄었지만, 상반기에 두드러진 성장세를 기록한 덕분에 누적 영업이익은 하락세를 면했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도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2018년 3월 취임했으며, 한 차례 연임해 임기만료일은 2024년 3월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김 대표 취임 이후 호실적을 잇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침체 등으로 주춤했던 때를 제외하면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렸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0조1703억 원, 영업이익은 1조35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기록(1조1262억 원)을 뛰어넘었으며, 매출 역시 김 대표 체제서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취임 이후 강점인 주택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윤 대표 취임 당시 현대건설이 브랜드 고급화를 통한 국내 주택사업 강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윤 대표 취임 이후 창사 이래 최초 도시정비 5조 클럽 달성(2021년)했다. 올해 누적 수주는 8조8198억 원으로, GS건설(2015년, 8조180억 원)이 보유했던 역대 국내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최대 실적을 넘기기도 했다.
영업이익이 감소세를 그린 것은 아쉽다. 누적 영업이익이 5006억 원으로, 전년 동기(5622억 원) 대비 11.0% 줄었다. 다만 현대건설을 포함한 주요 건설사들이 올해 초부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겪고 있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는 내년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CEO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늘렸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적자 늪에 빠져있던 현대로템을 구할 구원 투수로 평가됐다. 이 대표는 취임 후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도입해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사업 입찰 과정에 대한 관리체계를 표준화하고, 사업별로 맞춤형 수주활동을 펼치면서 수주 확대를 꾀했다. 현대로템은 이 대표 체제서 2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현대로템은 그간 3년 임기를 끝내고 연임한 CEO가 없는데, 이 대표가 현재까지 달성한 성적을 바탕으로 처음으로 3년 연임 CEO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우 이노션 대표와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는 전년 대비 악화된 수익성 지표를 받아들었다. 두 대표 모두 2023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노션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 972억 원에서 올해 874억 원으로 5.7% 감소했다. 매출은 늘었지만, 인건비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 다만 이용우 대표 체제 이후 계열사를 제외한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룹 외 매출 비중이 2019년 23%, 2020년 29%, 2021년 33%의 증가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는 3분기 누적 32%를 기록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의 순이익이 857억 원으로, 전년 동기(1025억 원) 대비 16.4% 줄었다. 올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으며, 지난해에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던 데 대한 기저효과가 발생했다.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도 실적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서 대표는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 현대오트론과 합병한 후 선임됐다. 합병 첫 해 매출이 2조 원을 넘겼다. 올해도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8% 증가한 1조9203억 원으로 집계되는 등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영업이익이 줄었다. 이 회사는 현대차그룹 오너일가인 정일선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다. 올해 초 이선우 대표(안전담당)을 선임하며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463억 원으로, 전년 동기(681억 원) 대비 32.0% 줄었다. 3분기(7~9월)만 떼놓고 보면 연결 기준으로 16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