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실적 악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인터넷은행을 지목한 이후 인터넷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수익성 악화를 대응하기 위해 '전·월세보증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전체 대출 가운데 주담대 잔액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적 방어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시중·인터넷은행 대출채권을 분석한 결과, 카카오뱅크가 올 들어 6개월 간 22.7%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2022년 말 28조534억 원에서 올 6월 말 34조4311억 원으로 6조3777억 원 늘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두 자릿 수 증가율을 보였다. 각각 전년 말 대비 21.8%, 15.4% 상승해 14조867억 원, 9조7782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3조2954억 원에서 17조3223억 원으로 30.3%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838억 원으로, 전년 동기(1238억 원) 대비 48.5% 상승했다.
카카오뱅크의 호실적 기조는 하반기에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축소를 압박해 시중은행보다 낮았던 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하는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며 인터넷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했다고 노골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 날 카카오뱅크의 고정금리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15~6.544%였다. 지난 19일엔 연 4.297~6.795%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있어 부실이 발생해도 회수가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은행 성장에 필요한 상품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의 전체 대출 잔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문턱을 높이고 사실상 판매 축소에 들어감에 따라 하반기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이 은행은 지난달 25일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 대상자를 만 34세 이하로 제한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 주담대 판매를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축소에 따른 수익 악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월세보증금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비대면 방식으로 전월세대출을 대환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전까지는 카카오뱅크 앱에서 전월세 신규 대출이나 연장하는 계약만 가능했지만, 보증금이 오르거나 이사를 할 때도 비대면 방식의 대환대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