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정기 임원인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비교적 조용히 인사를 마친 LG그룹은 올해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의 용퇴와 신임 CEO 선임을 신호탄으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데이터뉴스가 LG그룹 상장사 대표이사 13명을 분석한 결과,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사내이사 임기 만료가 내년 3월인 CEO가 4명이다.
22일 용퇴한 권영수 부회장을 비롯해 배두용 LG전자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이병서 로보스타 대표가 그들이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의 사장단 인사폭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부회장과 사장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던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용퇴하고, 3인 부회장(권봉석(㈜LG)·권영수(LG에너지솔루션)·신학철(LG화학)) 체제가 됐다.
3인의 부회장 중 권영수 부회장은 당초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6년 만에 배터리 사업을 다시 맡아 경영능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9%, 86.9% 증가해 25조7441억 원, 1조8250억 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권 부회장의 경영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됐지만, 용퇴로 결정되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포스코 차기 회장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본인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22일 이사회 결과, 내년에도 LG화학을 이끌게 됐다. 권봉석 ㈜LG 부회장도 무난히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임기만료일도 2025년 3월이고 치명적인 이슈가 없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성과주의에 따라 부회장 승진이 거론되고 있다.
LG전자의 올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61조1237억 원, 3조2360억 원이다. 전년 동기(61조6098억 원, 3조4817억 원) 대비 각각 0.8%, 7.1% 하락했다.
이 회사는 현재 조주완·배두용 각자대표 체제다. 조 사장은 CEO로서 경영 전반을, 배 부사장은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
배 대표는 국세청 서기관 출신이다. 2005년 LG전자에 세무통상팀장으로 합류했다. 2021년 3월 CEO에 오른 배 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인플레이션, 재정 적자에 맞닥뜨리며 조 대표와 함께 선제적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1조3087억 원)보다 9306억 원 앞서기도 했다.
첫 연임에 도전하는 배 대표는 그동안 LG전자의 재무 이슈를 잘 해결해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연임 전망이 밝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의 연임 전망은 엇갈리지만, 연임 쪽으로 좀 더 기우는 상황이다. 실적은 합격점을 받았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1.0% 상승해 10조5518억 원, 802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이동통신회선수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올 초 약 29만 명의 이용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가 발생한 것은 악재다. 다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서 파장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