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재고를 꾸준히 줄이고 있다. 업계 불황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인 감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등에 영향을 받았다. 올해 초 0회대로 떨어졌던 재고자산회전율도 올해 9월에는 1회대로 회복됐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SK하이닉스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말 재고자산은 14조94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고자산은 기업의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에서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인 상품, 제품과 판매를 위해 현재 생산 중에 있는 제공품, 반제품 또는 판매할 자산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거나 소모될 저장품 등이다.
반도체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메모리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불황을 겪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는 등 삼성전자보다 먼저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돌입했다.
올해 3월 말 17조1823억 원까지 치솟았던 재고자산은 감산전략에 힘입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6월 말 16조4202억 원, 9월 말 14조9479억 원으로 13.0% 줄었다. 9월 말 현재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15조6647억 원)과 비교해도 4.6% 축소됐다.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가진 HBM의 호황도 재고자산 감소에 힘을 보탰다. HBM은 8개 이상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등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내년 HBM3와 HBM3E 주문이 솔드아웃(매진)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연말에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들어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감산 효과 역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연말에는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원가를 평균재고자산(기초재고와 기말재고의 평균)으로 나눈 재고자산회전율도 개선됐다. 지난해 말 2.36회에서 올해 3월 말 0.41회까지 하락했다가 6월 말 0.95회, 9월 말 1.58회로 상승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재고자산이 과도한지 여부를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빠르게 매출로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재고 수준과 시장 상황에 맞춰 감산 추이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제품별로는 D램 대비 낸드는 여전히 회복이 부진한 상태라 당분간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