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 중 상당수가 부채비율 200%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건설사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집계 대상 14개 주요 건설사 중 6곳의 지난해 9월 말 현재 부채비율이 20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건설사 중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거나 건설부문 재무구조를 따로 공개하지 않은 삼성물산, 호반건설, ㈜한화 건설부문, 대방건설, 중흥토건, 제일건설을 제외했다.
건설사는 수주사업 특성상 일반적으로 다른 산업보다 부채비율이 높다. 200% 이상이면 위험하다고 평가하며, 300%를 넘기면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 가운데, 국내 건설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 우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PF는 사업의 향후 수익성을 중심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이다. 프로젝트의 현금흐름을 우선 고려해 대출을 결정하고, 사업 완료 이후 프로젝트에 투자한 원금과 그에 대한 수익을 돌려받는 자금구조다.
부동산 PF는 시행사가 대규모의 자금을 대출받아 건설한 뒤 분양으로 발생한 수익을 통해 대출 자금을 갚는 구조다.
부동산 PF는 건설 경기가 호황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저조해져 사업성이 악화되면 시행사가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이를 보증한 건설사가 재정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주택 경기 불황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금융비용 등 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 하락이 겹치면서 건설사업 지표들이 악화됐고, PF 대출 차환이 어려워졌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시발점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 건설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태영건설이다. 지난해 9월 말 현재 478.7%로, 14개 기업 중 유일하게 400%대로 집계됐다.
시공능력평가 19위인 코오롱글로벌이 부채비율 313.0%로 뒤를 이었다. 이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대비 PF 대출 규모가 많은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는 6121억 원에 달한다. 반면, 현금성 자산은 2377억 원에 그쳐 PF 리스크가 발생하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작년 1월 수입차 유통 부문을 인적 분할하면서 자본이 줄어든 상태"라며 "타 건설사들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됐지만, 코오롱글로벌은 정기등급이 A3+로 유지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32위인 신세계건설도 유동성 리스크가 거론되고 있다. 이 기업의 지난해 9월 말 혀재 부채비율은 467.8%로 상승했다. 주거 브랜드인 '빌리브'의 저조한 분양률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