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이 급락한 LX세미콘이 구원투수로 낙점한 이윤태 CEO는 LX그룹 출범 후 첫 외부영입 수장이다. LG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LX세미콘의 CEO로 매우 이례적으로 삼성 출신의 인사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회사의 상황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와 함께 이윤태 CEO가 그 만큼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꼽히는 백전노장 이윤태 CEO에게도 LX세미콘을 완전한 성장궤도에 올리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 될 전망이다.
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LX세미콘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1조9014억 원, 영업이익 129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줄었고, 영업이익은 58.5% 하락했다. 2022년 14.7%였던 영업이익률은 6.8%로 낮아졌다.
LX세미콘은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크게 늘었지만, 2022년 영업이익이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는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실적 하락의 주 원인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의 수요 감소다. 경기침체 등으로 모바일, 노트북, TV 수요가 모두 줄면서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규모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인 DDI 역시 주문이 줄었다.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기업 LX세미콘은 DDI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에서 DDI가 차지하는 비중이 91.5%에 달한다.
전망도 밝지 않다. 향후 DDI 시장 성장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LX세미콘의 추정치에 따르면, DDI 시장규모는 2021년 119억 달러, 2022년 103억 달러에 이어 지난해 89억 달러까지 줄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지만, 증가세는 매우 완만하다.
LX세미콘은 향후 DDI 시장규모를 2024년 92억 달러, 2025년 95억 달러, 2026년 98억 달러, 2027년 102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3년 후의 시장 전망치가 2022년와 같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DDI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애플향 DDI의 경우 LX세미콘과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나눠 공급했지만, 내년부터는 대만 노바텍이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다.
LX세미콘은 이처럼 우호적이지 않은 DDI 시장상황과 과도하게 DDI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성장동력으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 방열기판 사업을 추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 안정적으로 실적을 뒷받침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LX세미콘의 매출 현황을 보면, DDI를 제외한 제품의 매출 비중은 2021년 12.1%, 2022년 10.5%, 2023년 1~3분기 8.5%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결국 DDI의 실적 하락세를 최대한 늦추고 그 사이 새로운 사업의 성장속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이처럼 쉽지 않은 문제를 풀 적임자로 이윤태 CEO가 낙점됐다.
이윤태 CEO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시절 반도체 기술에 능통하고 시장 트렌드를 잘 읽는 인물로 꼽혔다. 반도체 분야에 인적 네트워크도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85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해 반도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1년 삼성전자 LCD사업부 개발실장,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LCD 개발실장을 역임했다. 이어 2014년 3월부터 2020년 3월까지 6년 간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지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윤태 사장은 기술을 잘 아는 테크 CEO로, 시장을 보는 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신념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언급했다.
4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이윤태 CEO가 LX세미콘의 만만치 않은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지 관심을 모은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