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업카드사들의 대손상각비가 50% 가까이 증가하며 4조 원대로 불어났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의 대손상각비가 60% 넘게 증가했다.
9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전업카드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7개 기업의 대손상각비 합계는 4조326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2조9093억 원)보다 48.7% 증가했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확실해진 매출채권을 재무상 손실로 처리(상각)한 비용이다. 카드사의 경우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등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주요 대상이다. 대손상각비가 늘어나면 비용으로 처리되는 금액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면서 부실채권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8만5000명으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상승했다.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2022년 1.64%에서 2023년 2.00%로 늘었고, 같은 기간 하나카드는 1.30%에서 1.99%로, KB국민카드는 1.34%에서 1.86%로, 롯데카드는 1.15%에서 1.80%로 올라갔다.
전업카드사 중 지난해 대손상각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카드다. 2022년 5004억 원에서 지난해 8269억 원으로 65.2% 늘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면서 연체액이 확대됐고, 이로 인해 상각처리한 부실채권 규모가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개월 미만(신규) 연체액이 2022년 660억 원에서 2023년 997억 원으로 51.1% 늘었다. 이 기간 1개월 이상 연체액도 2493억 원에서 2721억 원으로 9.1% 증가했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도 비교적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4429억 원에서 7199억 원으로 62.5%, 하나카드는 2122억 원에서 3438억 원으로 62.0% 증가했다.
가장 많은 대손상각비를 적립한 곳은 신한카드다. 지난해 말 현재 8839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현대카드는 대손상각비를 줄였다. 2022년 4323억 원에서 2023년 4239억 원으로 1.9% 감소했다. 금융위기를 전제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섰고 건전성 중심의 금융상품을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