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이 80% 이상 늘었다.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에 대비해 중국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1.6% 증가한 32조2452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전 지역에서 매출을 늘리며 실적을 개선했다. 특히 중국 매출 증가율은 유럽(29.8%), 미주(15.1%), 아시아·아프리카(4.8%), 한국(4.5%) 등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중국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1.7%에서 올해 상반기 30.8%로 9.1%p 상승했다.
다만 중국 실적 호조는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해짐에 따라 이어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성장을 막기 위해 관련 제품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특정 사양의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는 대중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반도체 업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이 압박이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 고대역폭메모리(HBM) 구입을 늘려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5개 주요 거래처에도 변동이 생겼다. 최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는 기존의 베스트바이(미국 전자제품 유통회사), 퀄컴(미국 반도체 회사)이 빠지고, 홍콩 테크트로닉스(홍콩 반도체 유통회사), 수프림 일렉트로닉스(대만 반도체 유통회사)가 추가됐다.
최근에는 미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일 BIS는 양자컴퓨팅,·차세대반도체 관련 24개 품목을 미국에서 제3국으로 수출 시 통제하는 임시최종규정(IFR)을 발표했다.
지난 10일에는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컨퍼런스’에서 AI의 핵심 반도체인 HBM의 대중 수출 통제 확대 가능성을 담은 발언을 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HBM을 만드는 전 세계 3개 기업 중 2곳이 한국 기업이라며, 그 역량을 미국과 동맹국을 위해 개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아직 미국의 대중 수출 제한 범위가 불분명해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