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수행 중인 온누리상품권 통합플랫폼 구축 및 운영사업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합운영 시점이 연기된 가운데 한국조폐공사가 규정을 거기며 하도급을 주고, 기존 사업자에게 무리하게 데이터 설계도를 요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폐공사는 지난 8월 온누리 상품권 통합운영 사업자로 선정돼 전국 단위의 지급결제 플랫폼을 구축하고 2년간 모바일 및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서비스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조폐공사는 서비스를 위한 통합 온누리상품권 통합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상권활성화구역의 보호 및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발행을 시작한 유가증권이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점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은 지난해 2조8000억 원어치가 발행됐고, 올해는 이 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5조 원어치가 발행됐다.
온누리상품권은 현재 모바일은 비즈플레이, 카드형은 KT가 수행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통합운영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조폐공사가 모바일과 카드형 상품권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통합운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준비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오픈 시점이 3월 1일로 2개월 늦춰졌다.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오픈 시기는 발주처인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과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제안요청서 상 오픈 시점은 1월 1일이지만, 오픈 직후 설 명절이 끼어 있고, 연말 카드사, VAN사와 연계하는 등의 작업에 시간이 필요해 연기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 연기를 결정하면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와 KT에 2월 말까지 연장 운영을 요청했고, 두 기업은 이를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비즈플레이는 이관에 필요하다며 이례적으로 일종의 설계도인 개체-관계 다이어그램(Entity-Relationship Diagram, ERD)을 요청받았다고 한다. 비즈플레이는 데이터 이관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정보보안확약서를 요구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즈플레이 관계자는 “데이터 이전과 관련해 ERD를 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며 “지식재산권이어서 제공할 수 없다고 하니 비협조적이라는 이슈를 제기해 어쩔 수 없이 ERD를 전달하고 데이터 이관 확인 용도로만 열람할 것을 보장하는 정보보안확약서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는 소진공을 통해 확약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폐공사가 하도급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 온누리상품권 사업은 선불 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무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입찰 조건이 명시됐지만, 한국조폐공사가 차세대 지급결제 플랫폼 구축 및 운영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이를 어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조폐공사가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운영을 자체적으로 시행할 역량이 부족해 하도급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한국조폐공사는 이미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돼 있고, 온누리상품권 플랫폼은 우리가 운영할 것”이라며 “다만 유지보수 업무 등에 대해 하도급을 준 것이며, 이와 관련한 법률 검토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기된 오픈 시점인 3월 1일에도 온누리상품권 통합운영이 제대로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 플랫폼의 이관이 아니라 신규 플랫폼을 만들어 전환하는 것이고 상품권 특성상 다양한 채널 테스트가 필요한데 오픈 시점까지 플랫폼 구축과 함께 충분한 테스트를 수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결제 대란과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조폐공사 관계자는 “신규 IT시스템이 안정화 기간이 분명 필요하지만, 한국조폐공사가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어 3월 1일 온누리상품권 통합운영은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