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엔지니어 CEO’ 전성시대…‘기술 경영’ 잇는다

이공계 전공 기술자 출신 주력기업 대표 중용…“기업 미래는 원천기술 위한 개발력에 있다”

[취재] 효성그룹, ‘엔지니어 CEO’ 전성시대…‘기술 중심 경영’ 잇는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윤언 ㈜효성 대표,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 안철흥 신화인터텍 대표, 김태균 진흥기업 대표, 홍혜진 효성ITX 대표, 최방섭 효성티앤에스 대표 / 사진=각 사


[취재] 효성그룹, ‘엔지니어 CEO’ 전성시대…‘기술 중심 경영’ 잇는다
효성그룹 주력 기업 CEO의 상당수는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기술 중심 경영을 앞세워 세계 1등 상품을 만들어 온 효성그룹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데이터뉴스가 효성그룹 8개 주력기업의 대표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명의 CEO 중 7명이 화학 등 이공계 학과를 졸업하고 엔지니어 경력을 쌓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효성그룹의 화학, 중공업, 건설, IT 부문 주력 기업 8곳을 대상으로 했다.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황윤언 전략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황 대표는 서울대에서 공업화학을 전공하고 1983년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이론 중앙기술연구소에 입사해 40년 이상 섬유 사업 및 전략 부문에 몸담은 인물이다. 1990년대 초반 국내 기업 최초의 스판덱스 섬유 개발에 참여해 스판덱스 생산팀장, 구미공장장, 스판덱스PU장을 맡아 스판덱스 생산 및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효성을 글로벌 1위 스판덱스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21년부터 전략본부장을 맡아 중장기 전략 수립과 기술경영을 총괄해왔다.

㈜효성은 전임 대표인 김규영 부회장에 이어 또 다시 엔지니어 CEO를 택했다. 김 부회장 역시 효성의 주력 사업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글로벌 1위 도약을 이끈 대표적인 기술 전문 경영인이다.

김치형 효성티앤씨 대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효성 기술연구소에서 시작해 스판덱스PU 구미공장장, 스판덱스PU장을 맡아 스판덱스 성장에 기여했다. 터키, 베트남 등 여러 국가 법인장을 거쳐 2022년 효성티앤씨 대표에 올랐다. ​

이건종 효성화학 대표는 건국대에서 화학 박사까지 취득하고 LG전자를 거쳐 삼성전자에서 LCD 선임연구원으로 경력을 쌓고 LCD 제조팀장을 맡았다. 삼성전자 LCD 총괄을 거쳐 2013년 원익머트리얼즈 대표를 맡았다. 2018년 효성화학에 합류해 네오켐 PU장에 이어 2020년 대표에 올랐다. 

최방섭 효성티앤에스 대표는 서울대 기계설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개발, 마케팅, 영업, 전략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2022년 삼성전자 MX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효성티앤에스 대표에 선임됐다.

홍혜진 효성ITX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 삼성SDS에서 30여 년간 IT 전략과 마케팅을 이끌어 온 IT전문가다. 삼성SDS 부사장 재임 당시 IT 솔루션 및 서비스 기획, 개발, 마케팅 및 영업 등 밸류체인 사업 전반을 이끌었다. 홍 대표는 디지털 전환(DX),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신사업 육성과 미래 사업 발굴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김태균 진흥기업 대표는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건축공학 석사,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 박사를 취득한 건축·주택분야 전문가다. 1990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진단2팀장, 현장소장, 주택사업관리실장, 도시정비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진흥기업 대표에 올랐다. 

신화인터텍을 이끄는 안철흥 대표는 인하대 화학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1994년 SKC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4년 신화인터텍에 합류해 광학사업부장 등을 역임 뒤 2023년 대표에 올랐다. 

효성이 이처럼 엔지니어 출신 CEO를 중용하는 것은 특유의 기술 중시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효성그룹은 ‘경제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력에 있다’는 고 조석래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달 29일 조석래 명예회장 1주기 추모식에서 “조 명예회장이 항상 공학도가 더 사랑받는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효성그룹은 197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다방면에서 신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 결과,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 기술을 1990년대 초 독자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 스판덱스는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한 이후 여전히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효성은 또 2011년 미래 신소재 탄소섬유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고, 2013년에는 나일론의 뒤를 잇는 고분자 신소재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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