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시대에, 유선전화 회선(landline)는 여전히 필요한가? 유선전화가 기업에서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의 호텔·병원 등 기업에서는 휴대전화 신호의 불안정에 대비한 비상 대응 수단으로 유선전화는 필수가 됐다. 호텔의 객실전화 설치 의무화 등 법적 의무가 부과되고 있으며, 룸서비스·리셉션 연락 등에 유선전화의 편의성도 크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비즈니스 세계는 유선전화를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소비자 생활을 지배하고 있지만, 미국 전역의 많은 기업에서는 플라스틱의 딱딱한 수화기가 여전히 애용되고 있다. 특히, 호텔, 병원, 매장, 고객센터, 사무실 등은 아직도 유선전화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많은 유선전화 시스템은 낡은 구리선 대신, 인터넷 프로토콜(IP) 망을 이용한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미국에서는 비용, 편의성, 규제, 법적 책임 등의 요소가 유선전화의 수명을 연장시켜 왔다. 시스코 시스템과 에이티앤티(AT&T) 같은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화 사업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IP 전화 시장은 약 13억 달러(약 1조 8098억 6000만 원) 규모라고 WSJ는 밝혔다.
AT&T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수석부사장인 지 후세인은 “이건 핵심적인 사업”이라고 강조한다. 병원부터 레스토랑까지 프런트 공간에서 유선전화를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금융기관에서는 컴플라이언스를 위한 통화 기록 및 추적에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스코의 스노레 케스부 부사장에 따르면, 유선전화는 여전히 호텔, 사무실 리셉션 등 특정 분야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다. 예를 들어 250객실을 갖춘 일반 호텔에는 300대 이상의 유선전화기가 설치된다. 객실 외에도, 프런트와 로비, 피트니스 센터, 백오피스 등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호텔 객실마다 유선전화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지역이라도, 휴대폰 신호가 약한 투숙객이 911에 전화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호텔이 책임을 질 수 있다.
텍사스 전역에서 호텔 7곳을 운영하는 올드햄 굿윈의 콜 베이커 부사장은 “호텔 업계에서 유선전화는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룸서비스나 리셉션에 전화할 때 유선전화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없애면 고객 경험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올드햄 굿윈에서는 본사 사무실 직원들도 책상에 유선전화기를 두고, 이를 사용한다. 실제로 베이커는 WSJ과 인터뷰 당시 유선전화를 통해 통화하고 있었다.
뉴욕생명보험의 최고기술임원(CTO)인 케빈 글린은 현재 자사 사무실 책상마다 유선전화가 있지만, 1년 내에 이를 소프트웨어 기반의 인터넷 전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려 한다. 이는 더 원활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과거 유사한 전환을 시도했을 때 “절대 수화기를 놓지 않겠다는 직원들이 일부 있었다”며 어려움을 회고했다. 국제 로펌 맥더멋 윌 앤드 에머리의 기술 파트너 션 헬름스도 “많은 동료가 아직 유선전화를 쓰고 있다”며, 그 이유는 단순히 습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AT&T의 후세인은 기업이 유선전화를 고수하는 데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개인 통화와 업무 통화를 분리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금융 분야처럼 통화 기록이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AT&T의 유선전화기는 통화 전환, 병합, 녹음 같은 업무 기능이 직관적으로 구현돼 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는 이런 기능들이 오히려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AT&T와 시스코는 유선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시스코는 배경 소음 제거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을 유선전화기에 도입하고 있다. 이 분야가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시스코의 케스부는 “소비자 시장에서는 유선전화를 더 이상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비즈니스에서는 엄청나게 필요한 도구”라고 WSJ에 덧붙였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