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아이폰의 시대는 끝”선언…AI 탑재 스마트안경 개발중

WSJ, “스마트폰 위주의 생태계 저물고,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이 다음 주도권 전쟁”

인공지능(AI)에 올인중인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사용자의 시야와 청각을 이해하는 AI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주요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AI와 하드웨어 결합을 통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예고했다. 저커버그는 AI 기술을 통해 애플의 디지털 지배력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애플은 여전히 아이폰의 중심성을 강조하며, 새로운 기기는 ‘보완재’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 뿐 아니라 아마존과 오픈AI 등도,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기기를 개발 중이다.

WSJ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최근 ‘슈퍼지능형 AI와 메타 하드웨어의 결합’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애플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는 디지털 세계의 문지기 역할을 해온 아이폰을 정조준하며, 고도화된 AI가 스마트폰 이후의 세계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게시글에 최근 이렇게 썼다. “안경 같은 개인용 기기가 우리의 주요 컴퓨팅 장치가 될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을 보고, 우리가 듣는 것을 듣고, 온종일 우리와 상호작용하는 등 우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오랫동안 애플을 대신할 주된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지만, 스마트폰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를 통해 시도했던 그간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이제 저커버그는 AI 분야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389억 9000만 원) 규모의 연봉 패키지를 제안하며 본격적인 ‘AI 전쟁’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이 분야에서 의외로 뒤처져 있는 모습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기능 도입은 지연되고 있으며, 메타나 오픈AI와 비교해 투자가 부족하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것.

저커버그는 자신의 비전을 “개인용 슈퍼지능(Personal Superintelligence)”이라고 부른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합한 애플 스타일의 경험을 구현하고자 한다. 그는 지금까지는 애플과 냉전 상태였다. 그가 주장하는 AI 안경이 현실화한다면, 하지만 본격적인 열전이 될 수도 있다. 

“개인용 슈퍼지능은 가장 유용할 것이다. 우리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의 목표를 파악해, 그것을 달성하도록 도와준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저커버그만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기술 플랫폼의 서열이 재편될 수 있는 지금이 기회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아마존은 ‘비(Bee)’라는 웨어러블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스타트업은 사용자의 하루 일과를 녹음해 AI가 할 일의 목록이나 알림 등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팔찌형 기기를 개발했다. 오픈AI의 샘 알트먼과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도 AI를 위한 새로운 물리적 기기를 구상 중이지만, 실제사양(form factor)은 비밀이다. 그들은 새로운 AI 기기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이은 '제3의 주요 디바이스'로 바라보고 있다. 알트먼은 “이 놀라운 신기술을 통해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컴퓨터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난 6월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밝혔다.

WSJ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이 디바이스가 ‘안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메타는 이미 스마트글라스를 판매 중이다. 이 제품은 일반 안경처럼 보인다. 하지만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오디오를 수집할 수 있다. 이것들은 AI에게는 매우 유용한 데이터. 향후에는 렌즈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시각적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가능하게 만들 예정이다.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면, 하루 종일 AI 시스템과 멀티모달(다중감각)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UI를 생성하며, 정보를 보여주고,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그는 애널리스트들과의 대화에서 말했다.

현재 메타의 스마트글라스는 스마트폰과 함께 사용된다. 하지만, 미래에는 독립형 기기가 될 수 있다. 음성으로만 작동 가능한 시스템이,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의 필요성을 없앨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의 투자 속도에 대해 월스트리트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AI가 스크린 기반 기기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에는 반박했다. “아이폰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앱·게임을 구동하며, 사진·영상 촬영, 탐색, 금융 활동과 결제까지 가능하게 하는 기기다. 이런 기능들을 생각해 보면, 아이폰이 사라지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라고 그는 말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다른 기기들도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애플이 내년 출시 예정인 혼합현실(MR) 고글 ‘비전 프로’에 AI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페이스북은 아이폰이 이끄는 모바일 컴퓨팅 시대 직전에 탄생했다. 이후에는 앱 생태계에 적응하기 위해 서둘러 변화해야 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전용 스마트폰을 기획했지만, 그 시점엔 이미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양분한 뒤였다. 앱 내의 결제 수수료 30%는 애플의 강력한 영향력을 상징한다.

그때부터 저커버그는, 애플이 자신의 플랫폼과 수십억 명의 사용자 접근을 통제하는 현실에 불만을 품어왔다. 많은 사용자들은 아이폰을 통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이용한다.

한때 VR과 메타버스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는 주류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애플 역시 확장현실(XR) 헤드셋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AI는 다시금 양사에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주는 홀로그램을 초지능보다 먼저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결국 강력한 AI를 먼저 갖게 될 것이라고 나는 본다. 기술 산업의 흥미로운 특이점 중 하나다”라고 저커버그는 최근 말했다.

이제 저커버그는 애플에 도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이 왔다고 믿는다고 WSJ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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