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 검색부터 주문까지 다 해주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아마존, 네이버, 쿠팡 등 기존의 국내외 이커머스 사이트 방문 대신, AI ‘답변 엔진’과의 대화를 통해 쇼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에이아이, 구글 등 글로벌 AI 기업들은 ‘쇼핑 에이전트’ 기능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소비자의 지시만 있으면 웹사이트를 직접 탐색하고 상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넣는 등 구매 과정을 대행하는 기능을 이들 AI기업이 탑재하기 시작했다는 것.
AI가 제품을 발견하고 추천하는 방식이 일반화되면, 기업의 온라인 판매 전략과 마케팅 기법은 기존 ‘키워드’ 중심의 ‘검색 최적화(SEO·Search Engine Optimization)’에서 근본적으로 재편된다. △“프랑스 남부 결혼식의 옷”처럼 문맥과 의도를 이해하는 ‘의미론적 검색’과 △AI에이전트가 선호하는 기술적 요소를 고려한 ‘에이전트 최적화’로의 전환이 필수라는 것. 특히, △에이전트에 대응한 카탈로그 재구성, △텍스트에 기반한 간단 광고, △제품 설명의 구체성, △웹사이트 속도의 최적화 등이 중요해진다고 FT는 분석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전 세계를 선도하는 AI 기업들은 쇼핑이 AI ‘에이전트’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전자상거래 산업을 송두리째 바꿀 변화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오픈에이아이, 구글, 퍼플렉시티,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몇 달간 사용자가 챗봇을 통해 제품을 검색할 수 있는 AI 기반 기능을 선보였다. 이에따라, 자율적인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해 주문을 완료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브랜드의 새로운 고민은 “AI 시스템에 어떻게 노출될까?”다. AI 기반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판매자와 브랜드들은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히 AI 시스템에 제품이 어떻게 노출되고, 챗봇이 추천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FT는 해석한다.
광고주들은 AI 생성 결과에 더 잘 보이도록 하는 기술을 사용하려 한다. △키워드를 포함한 긴 웹페이지 주소(URL·Uniform Resource Locator)를 만들거나, △더 권위 있다고 판단하는 웹사이트에 봇(bot.자동화 작업을 수행해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도록 설계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제품을 언급하게 하는 등의 방식이다.
프라파운드, 리파인, 알고리아 등이 여기에 새로 등장한 스타트업. AI 챗봇 응답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지 않을 ‘변곡점’에 소비자의 행동이 다다르고 있다”고 프라파운드의 공동 창업자인 제임스 캐드월라더는 말했다. 그는 “AI가 에이전트와 챗봇으로 소비자들을 브랜드로부터 빼앗거나 가로채고 있다”며, “결국 소비자는 ‘답변 엔진’과만 상호작용하게 될 것이다. 웹사이트와 인터넷의 주요 방문자는 에이전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AI가 만드는 새로운 질서는 ‘검색의 종말’일 수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AI 서비스는 검색 도구로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검색 엔진 마케팅 업체 셈러시의 데이터를 보면, 유럽에서 구글 검색의 거의 60%가 클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AI가 생성한 ‘개요’에 의존한다. 시장 조사기관 가트너의 분석가들은 생성형 AI 챗봇과 에이전트의 부상으로 인해 내년까지 전통적인 검색 엔진 사용량이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를 활용하기 위해, AI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오픈AI는 쇼핑을 핵심 사용 사례 중 하나로 강조했다. 웹 브라우저 내에서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Operator)’ 쇼핑 시스템의 업데이트 버전인 ‘에이전트’를 출시한 것.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이용 만찬과 디저트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달라"고 시스템에 요청하면, 시스템은 슈퍼마켓 웹사이트로 이동해 필요한 품목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이후, 구매를 완료하도록 사용자에게 제어권을 돌려준다.
△오픈에이아이는 챗지피티 쇼핑 판매의 수익 분배를 추진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는 또한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도 거래를 완료할 수 있는 통합 결제 기능을 도입, 챗지피티를 통해 직접 이루어지는 온라인 상품 판매 수익의 일부를 가져갈 계획이다.
△퍼플렉시티는 최근 데스크톱의 달력, 웹사이트, 이메일 등 다양한 앱에서 작업을 완료하는 에이전트 기반 브라우저 ‘코멧’을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액션’ 기능 역시, 쇼핑 요청에 대해 웹을 탐색할 수 있다. △구글의 새로운 ‘AI 모드’는 다양한 제품 옵션을 제공하며, 최근에는 원하는 품목의 가격이 특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AI 제품 추적기를 출시했다.
구글 쇼핑 제품 부문 부사장 릴리언 링콘은 “쇼핑은 사용자에게 공감하는 매우 개인화된 경험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구글의 최신 기능이 소비자들이 “20개의 탭을 열고 여러 제품을 조사하며 복잡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일을 막아,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AI 챗봇 또는 에이전트 시스템은 주로, 전통적인 검색 엔진의 상위 결과 중 하나를 선택해 결과에 포함할 제품을 선정한다. 그러나 구글은 광고와 검색 결과, 그리고 이미 저장된 개인 데이터를 조합하여 더 맞춤화된 추천을 제공한다.
이는 브랜드가 때때로 소위 ‘검색 엔진 최적화’ 기술을 통해 AI 시스템을 공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마케터들은 AI 생성 결과에 브랜드가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 설명의 구체성에 초점을 맞추고 기술적 세부 사항을 개선해야 한다고 포레스터의 분석가인 니킬 라이는 말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웹사이트가 3초 이내에 로드되도록 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봇이 빠르게 구동되는 사이트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소매업체들에 대해서는, AI 챗봇에서 ‘의미론적 검색(semantic search)’이 증가하고 있다고 리파인의 투자자인 블랭크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 해나 첼코프스키가 말했다. 이는 사용자들이 특정 패션 아이템 대신 “프랑스 남부 결혼식에 입을 옷”처럼 더 광범위한 용어로 온라인을 검색한다는 뜻. 따라서 제품 카탈로그는 이러한 검색 스타일에 맞는 텍스트 설명을 포함하도록 “재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버외스터라이히 응용과학대학교의 최근 연구를 보면, 챗봇은 전통적인 웹사이트의 광고에 노출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이미지보다 텍스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챗봇 결과에 노출되려는 브랜드에게는, 더 간단하고 명확한 텍스트 형태의 광고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들은 자사 웹사이트가 아닌 챗봇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미디어 에이전시 뎁트의 최고경영자 디미 알버스가 말했다.
그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더 이상 아마존 등 자체 플랫폼 또는 소매점이 아니다. (상품이) 등장하는 모든 모델이 판매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충분히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매우 복잡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반드시 거래를 할 필요가 없이, 에이전트들이 서로 대화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와 존 브루스가 공동 설립한 스타트업 인럽트는 개인 데이터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회사는 개인정보를 디지털 지갑에 저장하고, 개인이 에이전트에게 접근을 허용하거나 나중에 제거할 수 있도록 한다.
AI 에이전트가 “상점과 브랜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존 브루스는 경고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이 모든 옵션을 보여주는 대신, 제품을 선택해주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위해 프라이버시, 운영의 자유, 그리고 선택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늘 신발 한 켤레를 넘겨주면 내일 무엇을 포기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그는 FT에 목소리를 높였다.
권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