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업무용 메시지, 1년새 240% 급증”

이코노미스트, “AI 활용은 ‘협업’에서 ‘자동화’로 이동…회의록 작성부터 면접에도”

직장에서 오가는 챗지피티(ChatGPT) 업무 메시지가 최근 1년 사이 243%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활용방식도 인간의 작업을 돕는 ‘증강(Augmentation)’에서 지시 기반의 ‘자동화(Automation)’로 빠르게 이동, 더 많은 업무가 AI에 위임되는 추세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생성형 AI가 조용히 직장을 바꾸고 있다. 회의록은 AI가 자동으로 기록·요약한다. 직원들의 AI 사용량은 대시보드로 관리된다. 면접·시험 현장에서는 응시자가 다른 탭을 여는지까지 AI가 감시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다음 ‘대세’로 2020년대 초반에는 메타버스가 꼽힌 적이 있다. 미래를 지배할 것 같던 열풍이 잠깐 있었다. 맥킨지가 2022년 낸 보고서는, 2030년까지 메타버스가 최대 5조 달러(약 7023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이름을 ‘메타’로 바꿨다. 일부 기업에서는 ‘최고 메타버스 책임자(Chief Metaverse Officer)’라는 직함을 단 임원까지 등장했다. 그들 중 몇몇은 아직도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말한다. 혹자는 바베이도스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 대사관을 뒀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머지 모두는 이미 관심을 접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메타버스와 생성형 AI는 분명 다르다. AI가 장밋빛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전체적인 영향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분명해질 것이다. 많은 기업이 현재까지의 수익에 실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AI 기술 덕분에 사무실은 이미 예전과 달라졌다.

그 증거는 부분적으로 수치로 확인된다. 직원들은 종종 스스로 이 기술을 채택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독자적으로 터득한다. 어떤 이들은 이를 은밀히 사용하며, AI로 인정받을지 아니면 대체될지 불안해한다. 하지만 최첨단 모델을 만든 기업들은 이미 그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새로운 연구에서, 오픈AI 연구진과 하버드대 데이비드 데밍 교수팀은 사람들이 ChatGP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조사했다. 개인적 사용이 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업무용 메시지의 일일 평균 사용량은 2024년 6월 2억1300만 건에서 1년 뒤 7억1600만 건으로 급증했다.

클로드(Claude)의 개발사 연구진이 만든 ‘앤스로픽 경제 지수(Anthropic Economic Index)’ 최신판은 ‘자동화’와 ‘증강’ 모드를 구분한다. 전자는 사용자가 모델에 지시를 내려 작업을 수행하게 하는 방식. 후자는 질문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협업하는 패턴이다. 이 지수의 짧은 역사에서 처음으로 자동화 사례가 증강 사례를 넘어섰다. 이는 점점 더 많은 업무가 AI에게 위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밝혔다.

직접 눈과 귀로도, 생성형 AI가 사무실의 일상이 됐음을 체감할 수 있다. AI는 업무 대화의 배경음처럼 깔려 있다. 누군가 “그거 어떻게 쓰세요?”라고 묻는다면, 무엇을 가리키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회의가 끝나면 “그래도 아직 내 일자리가 있긴 하네”라든가 “정말 걱정되는 건 다음 세대야” 같은 말이 흔히 오간다는 것.

전문 용어는 피할 수 없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도 “얼라인먼트(alignment)”, “비결정성(non-determinism)”, “에이전틱(agentic)” 같은 단어를 남발한다. ‘AI 인싸(in-crowd)’들은 늘 자기 전문성을 과시할 새 신호를 찾아낸다. 한때는 검색증강생성(RAG·Retrieval Augmented Generation)가 유행이더니, 이제는 모델 맥락 프로토콜(MCP·Model Context Protocol)이다. 새로운 드와케시(Dwarkesh. 팟케스트의 하나)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AI가 어디에나 있다는 인식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회의 내용은 기계가 자동으로 받아 적고 요약한다. 동료와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기록의 한 부분이 되는 셈. AI 활용이 개인의 업무 평가 기준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들의 AI 활용을 모니터하는 대시보드를 운영한다. 상사들 대부분은 직원들에게 이 AI기술을 실험하라고 적극 독려했을 것이다.

기본 전제가 무너지는 일도 있다고 한다. 예컨대 화면 속 면접자를 보라. 옥스퍼드대 진로센터장 조너선 블랙은 한 구직자가 “컴퓨터가 질문을 못 들었으니 다시 해달라”고 면접관에게 요청한 사례를 전했다. 더 교묘한 부정행위를 잡기 위해 AI 감독 서비스는, 질문에 답하는 데 걸린 시간을 추적한다. 이와함께, 지원자가 답변 전에 다른 탭으로 전환했는지 알아내려 한다.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ChatGPT의 가장 흔한 사용은 글쓰기 관련 요청이다. 덕분에 문법 오류는 줄었을지 몰라도, 사실 오류는 늘어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한. 읽는 글, 혹은 직접 쓰는 글이 점점 더 천편일률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항공 안전 시연 멘트나 “고객님의 소중한 시간을 아낍니다”라고 반복하는 콜센터 메시지처럼, 직장 언어는 오래전부터 건조했다. 이제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은근히, 소독된 듯 무균 처리되고 있다.

아직 이를 ‘혁명’이라 부를 단계는 아니지만, AI는 이미 직장 내 행동·언어·기본 가정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와는 전혀 다르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재차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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