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씨티, 블록체인·AI결제 패권 놓고 정면충돌중

블룸버그, “‘예금토큰’ 위주 규제친화형 VS 스테이블코인 포함 시장확장형의 경쟁”

글로벌 금융시장의 ‘결제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선두그룹인 제이피(JP)모건과 씨티가,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양사는 수십 년간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 이동을 담당하며 결제 시장을 양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자산과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경쟁의 무대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 ‘토큰화된 결제 네트워크’로 옮겨가고 있다.

양사의 전략은 엇갈린다. JP모건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 토큰’ 중심의 규제 친화형 자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반면, 씨티는 코인베이스와 협력하며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시장확장형 개방전략을 각각 취하고 있다. 양사는 블록체인 기반의 24시간 결제 시스템 구축에 현재 집중하고 있다. 경쟁은 향후 기계간(M2M) 자동거래 등 AI 기반 결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양사의 공통 목표는 ‘24시간 글로벌 결제’다. 기존 금융 시스템이 가진 시간과 국경의 제약을 없애고, 실시간 자금 이동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 향후 경쟁은 AI로 확대될 전망이다. AI가 사용자 대신 결제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agentic commerce)’가 등장하면서, 결제 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와 씨티그룹은 오랫동안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지배력을 놓고 경쟁해 왔다. 기업 고객들의 국경 간 자금 이동을 처리하며 수조 달러(수천조 원) 규모의 결제 흐름을 관리해 온 두 은행의 경쟁은 이제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디지털 화폐가 금융의 주류로 점차 편입되면서 두 은행은 서로 다른 접근 방식으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더욱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협력해 결제 기능을 개발하는 동시에, 자체 ‘예금 토큰(tokenized deposit)’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반면 JP모건은 자체 인프라 중심 전략을 택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기업 고객 수요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보다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록체인 결제로 확장되는 경쟁
양사는 차세대 결제 수단이 확산되는 흐름 속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JP모건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는 누적 거래 규모가 3조 달러(약 4416조 9000억 원)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거래액은 50억 달러(약 7조 3615억 원) 이상이다.

씨티그룹의 예금 토큰 서비스는 500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하루 평균 약 10억 달러(약 1조 4721억 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이 수치는 기존 결제 시스템에서 양사가 처리하는 수조 달러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가 점점 토큰화되고 24시간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미래에 대비하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JP모건의 결제부문 공동대표인 우마르 파루크와 씨티의 서비스 부문 총괄 샤미르 칼릭은 “글로벌기업과 금융기관이 24시간 끊김 없이 자금을 이동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vs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가치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 미 국채와 현금 등 준비금으로 뒷받침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예금 토큰’은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한 것. 예금보험, 부분지급준비제, 이자 지급 등 기존 은행 시스템의 특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논쟁의 핵심 쟁점은 스테이블코인에 예금처럼 이자를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 이는 소형 은행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예금 이탈 가능성이 주요 우려다.

파루크는 “같은 위험을 부담한다면,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도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주장했다. 씨티 역시 이에 동의했다.

서로 다른 양사 전략
JP모건은 10여 년 전부터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현재 Kinexys는 블록체인 기반 예금 계좌, 토큰, 증권을 지원한다. 지난해 말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 ‘JP엠 코인(JPM Coin)’을 출시했다. 올해는 이를 퍼블릭 블록체인 ‘베이스(Base)’로 확장했다. 향후 ‘캔톤(Canton) 네트워크’도 지원할 계획이다.

씨티그룹은 약 5년 전부터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해왔다. ‘씨티 토큰 서비시스(Citi Token Services)’를 미국, 영국, 아일랜드, 홍콩, 싱가포르 등 5개 시장에서 운영 중이다. 기업들이 24시간 언제든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씨티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경 간 결제 수요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가상화폐의 수탁(custody) 서비스도 올여름 출시할 예정이다.

향후 과제와 기술 변화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아직 기업 간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신 예금 토큰이 규제 준수 측면에서 더 적합하다는 입장. 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고객확인(KYC)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이다. 서로 다른 은행의 토큰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는 아직 해결 중이며, 국제 결제망 스위프트(SWIFT) 등 업계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AI가 바꾸는 결제의 미래
양사는 AI를 결제 산업 재편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특히 ‘에이전틱 커머스’—AI가 사용자 대신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와 기계 간 결제에서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 영역에서는 인터넷 기반이고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 결제보다 유리할 수 있다. 씨티의 칼릭은 “앞으로 5년 내 AI와 블록체인에 의해 결제 산업은 급격히 변화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망했다.

권선무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