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차세대 금융 혁명’ 무색… 성장 동력 꺼졌나

이코노미스트, “한때 10배 성장 전망…실제 결제 활용은 1% 미만”

달러를 대체할 ‘디지털 기축통화’가 될 것으로 주목받았던 스테이블코인이, 기대와 달리 ‘조기 겨울’을 맞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금융 혁신의 핵심으로 각광받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다. 정부규제와 수요 부족이라는 이중 장벽에 막혀있기 때문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실제로, 현재 스테이블코인의 절반가량은 가상화폐 거래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 결제에 쓰이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이는 국내 핀테크와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결제 서비스를 검토할 때, 현실적 수요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판가름은 ‘토큰화 금융’에서 날 것이라고 전망된다. 실물금융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본격 확산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도 다시 급증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지지자들에게 ‘가상화폐의 모범생’으로 여겨진다.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나 기타 달러 표시 자산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나 투기적 밈코인과는 다르다.

이론적으로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여러 법정화폐보다 더 안전한 ‘가치 저장 수단’이자, △가격 변동성이 큰 다른 가상화폐보다 더 실용적인 ‘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은 미 국채 수요를 늘려,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보다 쉽게 조달하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의 지지자다. 그는 가족이 가상화폐 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직접 밈코인을 발행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권 역시 이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11월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당시 약 3000억 달러(약 443조 22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이 2030년까지 10배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역시 2028년까지 2조 달러(약 2954조 8000억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권의 우려
이 같은 전망은 미국 은행들을 긴장시켰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짚었다. 현행 법의 허점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과 유사한 예금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은행 수준의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행협회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경우, 은행 예금이 약 1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을 약 0.25%포인트 끌어올리고,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후속 법안인 ‘클래러티 법(Clarity Act)’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원은 보다 엄격한 버전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보다 완화된 법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법안 논쟁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양측이 싸울 ‘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성장 정체
지난해 10월까지 6개월 동안 30% 성장했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이후 거의 정체 상태다. 이는 시가총액이 2조3000억 달러(약 3398조 200억 원)에서 1조5000억 달러(약 2216조 4000억 원)로 급락한 비트코인보다는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 혁명이라 부르기에는 부족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신규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나 상품 출시도 기대만큼 활발하지 않다. 지난해 10월 미국·영국·캐나다·유럽·일본의 대형 은행 10곳이 스테이블코인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월마트와 아마존 등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출시설도 여전히 루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규제의 불확실
스테이블코인의 정체 원인 중 하나는 규제다. 지니어스법은 일정 부분 명확성을 제공했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불확실하다.

더욱이 금융 당국은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달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해,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규정상 금융기관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모니터링과 규정 준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신규 스테이블코인 출시 및 운영 비용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수요 부족 문제
공급 측면의 규제뿐 아니라, 더 큰 문제는 수요 부족이다. 특히 결제 수단으로서의 활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근무시간 외 결제에 활용하고, 일부 개인은 달러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여전히 △가상화폐 거래 및 △자금 이동에 집중돼 있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프랭클린 놀 연구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절반가량이 가상화폐 거래 자산으로 사용된다. 실제 결제에 쓰이는 비중은 1% 미만이다.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블록체인 데이터 기업 앨리엄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겨울’에 접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이란·연준 관련 강경 발언 등이 촉발한 위험회피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토큰화 자산에 미래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자산’이 확산될 경우, 스테이블코인 수요는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자산은 거래를 위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약 300억 달러(약 44조 3130억 원) 규모에 불과한 토큰화 금융은 아직 초기 단계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한, 은행들이 크게 위협받을 필요는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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