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 전쟁…은행·핀테크 ‘이합집산’ 가속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앞두고, 하나·네이버, KB·토스, 신한·삼성, 카카오·우리·농협 등 연대 구도

[취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 전쟁…은행·핀테크 ‘이합집산’ 가속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을 앞두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나금융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면서, 국내 은행권의 디지털자산 경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아직 법과 발행 구조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금융지주와 핀테크 플랫폼들이 파트너 구도를 짜고 기술검증에 속도를 내는 등 선점 경쟁이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두나무 주요주주 등극은 경쟁사들의 이합집산을 자극하고 있다. 케이비(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엔에이치(NH)농협금융 등 주요 금융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시장 진입을 염두에 두고 사업 파트너를 저울질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핀테크·거래소 간 협업 구조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법제화와 규제 정비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시장 선점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라고 귀띔했다.

KB·토스, 신한·삼성, 카카오·우리·농협… 줄줄이 짝짓기
KB금융은 토스와 손잡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행을 주도하고, 핀테크 플랫폼인 토스가 유통을 맡는 역할 분담 구조다. KB국민은행과 입출금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도 잠재적 협력 축으로 거론된다. 

이와함께, KB금융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송금의 개념 증명(PoC)도 최근 완료했다. 전자결제 전문기업 케이지(KG)이니시스, 글로벌 레이어1(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독립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거래의 최종 합의와 보안, 데이터 기록을 담당하는 ‘기반 계층’)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오픈에셋과 함께 했다. 이 검증에서는 기존 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SWIFT) 기반 국제송금보다 3분 이내 송금이 가능했다. 수수료도 약 87% 절감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한금융의 경우, 삼성 금융계열사들과의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증권·삼성카드 등 시장 잠재력이 큰 삼성금융 계열과의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한금융은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실험인 ‘프로젝트 팍스’ 2단계 사업에도 참여해 기업 간(B2B) 해외송금 사업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에는 카카오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을 중심으로 자체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은행 주도의 발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카카오는 방향을 틀어 은행권 파트너를 찾고 있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은행인 만큼, 대형 은행과의 협력 없이는 사업을 따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빅딜’이 쏜 신호탄
이 경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하나금융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지분율 6.55%)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4대 주주로 올라선다. 국내 금융지주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이에 앞서 올해 2월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을 활용한 외화송금 PoC를 마쳤고,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까지 참여한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기업 간 자금이동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네이버 합병을 앞둔 두나무의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의 외환 거래 네트워크, 업비트의 대규모 이용자 기반, 네이버페이와 쇼핑 인프라를 결합하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를 잇는 국내 최대 디지털 금융 사업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고 본다. 

8개 은행 여의도 비공개 간담회… “대항마 연합” 해석
지난 1일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기업은행, 그리고 아이엠(iM)뱅크, 부산, 경남, 광주, 전북은행 등 5개 지방은행, 토스가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했다. 표면상으로는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동향 공유와 생태계 육성 방안 논의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을 두고 ‘하나-두나무-네이버’ 연합에 맞선 대항마 연대 움직임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이 자리에서 원래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일단 간담회 형식으로 조율됐다고 전해졌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참여하지 않은 점도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한 관계자는 “전문가 강의를 듣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였으며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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