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외이사 15년 동안 단 한차례도 반대표 없었다

거수기 역할 충실, 엘리엇 독립적 사외이사 3인 증원 제안에..'글쎄'

사진=연합뉴스

[데이터뉴스=유성용 기자]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윤부근·신종균) 사외이사들이 지난 15년 동안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난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에 독립적 사외이사 3명을 보유하라는 주주제안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은 2002년 1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5년 동안이나 단 한 번도 반대표를 낸 적이 없다.

사외이사 찬반여부 등 활동내역은 2003년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개정되면서 공개하게 됐고, 삼성전자는 2002년 내역부터 공시하고 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총 7번의 이사회를 개최했고 6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의견을 행사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이인호, 김광중, 송광수, 이병기, 박재완 등 5명이다. 박 사외이사는 김은미 씨가 지난 3월 임기만료로 퇴임하면서 신규 선임됐다.

삼성전자 사외이사는 관료, 학계, 재계가 고루 분포돼 있지만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은 여타 대기업보다 되레 심했다. CEO스코어가 지난해 초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살펴보면 30대 그룹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한 찬성표 비중이 99.7%였다.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제도가 삼성전자에서는 경영진을 보호하거나 상부상조하는 게 더욱 도드라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요구한 사외이사 증원 문제에 대해 삼성전자가 경영권 침해 우려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경영투명성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이사회 구조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외부 출신인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나타나 경영투명성과 관련한 지적에서 삼성전자가 자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사외이사 1인에게 평균 6400만 원을 지급했다. 올해 삼성전자 사외이사들은 개인당 35건의 찬성표를 행사했는데, 한 번에 180만 원 가량을 받은 게 된다.

박재완 사외이사는 감사원, 재무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거쳐 고용부와 기재부 장관을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MB경제 사령탑'이라 불리기도 했으며 롯데쇼핑 사외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송광수 사외이사 역시 사업고시 합격자(연수원 3기)로 장관급인 대검찰청 검찰청장까지 올랐다가 김&장 법률사무소 등에 몸담은 관료 인사다.

김한중, 이병기 사외이사는 학계 출신이고, 이인호 사외이사는 상업은행에서 시작해 대구은행을 거쳐 신한은행에서 은행장과 신한지주 회장을 역임한 금융맨이다.

이들 중 박재완, 송광수, 이병기 사외이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서울대 선배다. 나머지 2명은 연세대를 졸업했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 5일(현지시각) 오후 삼성전자에 인적분할(삼성전자 홀딩스-삼성전자 자회사), 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30조 원 특별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거래소 및 나스닥 공동 상장, 독립적 3인 사외이사 선임, 금산분리(전자-금융지주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를 보냈다. 삼성전자가 분할하지 않는다면 보유 중인 자사주 13%의 소각을 요구했다.

삼성전자 측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백기사’로서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을 줬다는 해석과 지난해 통합 삼성물산 출범 과정에서 극한 분쟁을 치렀던 상대라는 점에서 이해가 어긋나면 재공격의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삼성은 오는 27일 임시주총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 사업부 매각에 대한 의결을 할 예정이다.

s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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