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지난해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세대교체 바람을 이겨낸 LG그룹 부회장들이 올해도 무난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시장 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저하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LG그룹의 리더가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부회장단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부진은 뼈아프다.
1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된 LG그룹 부회장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LG디스플레이만 유일하게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5조6753억 원의 매출과 98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9.8%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특히 한상범 부회장이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은 직후인 2012년 2분기 흑자전환한 뒤 23분기 동안 이어온 분기 연속 흑자기록이 마감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한 부회장은 꾸준한 성장과 흑자기록을 바탕으로 2013년 1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2015년 1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LG디스플레이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LCD 패널 가격의 하락이다. LCD 패널의 제곱미터당 판매단가가 2017년 1분기 608달러에서 2018년 1분기 522달러로 1년만에 86달러 떨어졌다. 중국 패널 제조사의 공급 증가에 따른 세트기업들의 보수적인 구매 전략으로 LCD패널 가격이 예상보다 더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LG디스플레이는 업황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변화했으나, 준비한 범위 내에 있어 투자 조정, 원가 절감 강화 등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강도 높은 비상 경영 활동을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분기부터는 스포츠 이벤트와 대형 OLED 수요 증대 등 기회요인이 있고 LCD 판가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분기 성적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실정이다. IBK투자증권, 현대차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4개 증권사의 LG디스플레이 실적 전망치를 평균하면, LG디스플레이는 2분기에 52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상반기 총 150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1조831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해 상반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 24조803억 원, 영업이익 1355억 원이다. 2조461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다른 LG그룹 부회장사들의 올해 실적은 대체로 지난해보다 상승하거나 비슷한 수준이 될 전망이어서 LG디스플레이의 어두운 실적 전망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LCD 패널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반기에 대형 OLED 패널의 판매 증가는 흑자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대로 아직 크지 않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내년 하반기 OLED 신규 라인 가동 전까지는 OLED의 매출 비중이 완만하게 늘어나는 반면, 투자비 부담은 계속 커질 예정이어서 이 기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7월 OLED 생산라인 증설을 비롯해 3년 간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26일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한상범 부회장과 10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혁신목표 필달 결의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상범 부회장은 “23분기 동안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면 이제는 거센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인데, 중심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면 휩쓸려 떠내려갈 것”이라며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뭉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자”고 당부했다.
이 행사에서 한계돌파를 해야 할 대상을 폐 LCD 모듈에 붙여 망치로 깨부수는 퍼포먼스까지 진행됐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LG디스플레이가 느끼는 위기의 정도를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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