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재무불안 상태, 박정원 회장 취임 전으로 다시 회귀

신용평가사들, 두산중공업에 이어 ㈜두산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언급

  • 카카오공유 
  • 메타공유 
  • X공유 
  • 네이버밴드 공유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데이터뉴스=강동식 기자] 일시적으로 개선됐던 두산그룹의 재무 상태가 박정원 회장 취임 전 수준으로 다시 불안해졌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던 신용평가사들은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11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와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산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말 현재 두산그룹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289.9%와 46.0%로 나타났다.

이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취임 직전인 2015년의 부채비율(276.0%)과 차입금의존도(45.0%)보다 각각 13.9%p, 1.0%p 늘어난 것이다.

박정원 회장은 2016년 3월 취임한 이후 두산그룹 재무불안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계열사 매각, 최고재무책임자(CFO) 전진배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역점을 둬왔다. 

두산그룹은 이 같은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반짝 효과를 내면서 2016년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전년 대비 각각 13.%p, 2.4%p 줄어드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지난해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다시 늘어난데 이어 올 들어 증가폭이 더욱 커지면서 2015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 취임 이후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계열사와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한편, ㈜두산을 중심으로 연료전지, 면세점 등 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한 자구책 이행이 어느 정도 완료된 이후에도 여전히 약 11조 원의 순차입금이 남아 과도한 재무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두산그룹의 맏형 노릇을 해온 두산중공업의 최근 부진이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약 2조원)와 이후 건설 계획에 있던 신규 원자력발전 건설이 백지화되는 등 신정부 출범 후 탈원전·탈석탄 정책 시행에 따라 사업기반과 수익구조가 약화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계열사 지원 등으로 4조 원 이상의 차입금을 안고 있는데, 변화된 사업환경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약화되면서 기존 차입금을 신규 차입금으로 대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앞서 지난해 말 높은 재무부담 상승과 수익구조 악화 등을 이유로 두산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낮춘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두산중공업에 이어 이 달 초 일제히 ㈜두산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두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의 자체사업 실적과 재무안정성은 양호하지만, 주력 자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수주기반 악화와 저하된 신용도로 인해 계열사에 대한 지원 부담이 지주사에 집중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다. ㈜두산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6월 현재 99.4%로 나쁘지 않지만, 그룹 계열사 지원 부담을 홀로 져야 할 경우 재부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원 회장 입장에서는 특히 연료전지와 면세점 사업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시점에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피해야 할 악재다. 

하지만, 자신이 주도한 고강도 자구책이 상당부분 이행됐음에도 여전히 그룹의 과도한 차입금 부담을 해결할 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박 회장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