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이루비 기자] 꽃길만 걷던 영화 배급사 쇼박스가 최악의 위기 상태에 봉착했다. 2011년 이후 쇼박스의 3분기 누계 실적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말 김도수 공동 대표이사 체제가 들어선 후 쇼박스는 6개월간 작품을 배급하지 않았다. 영화 개봉 공백이 길어지면서 쇼박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19일 개봉하는 영화 ‘마약왕’의 흥행 여부에 김 대표가 사활을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쇼박스의 올 3분기 별도 기준 누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83억 원, -4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20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기록한 매출액 762억 원과 비교해 올해 매출액이 62.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83억 원) 대비 75.9% 줄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 338억 원, 영업이익 -78억 원, 당기순이익 -73억 원을 기록한 2011년 이후 쇼박스는 역대 최저의 영업실적을 거뒀다.
지난 11년간 쇼박스를 이끌어 온 유정훈 전 대표의 빈자리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쇼박스는 2015년 전성기를 맞은 이후 꾸준히 흥행작들을 배급해왔다. CJ ENM, 롯데컬처웍스,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와 함께 오랫동안 국내 빅4 배급사로 손꼽혔다.
그러나 3분기 누적 기준 전체영화 시장 점유율은 작년 11.8%에서 올해 3.1%로 하락했다. 점유율 또한 2011년 동기에 8.7%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다.
지난 11월까지 쇼박스가 개봉한 영화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곤지암’, ‘암수살인’, ‘성난황소’ 등 4편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곤지암과 암수살인이 어느 정도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쇼박스의 전체적인 성장을 이끌지는 못했다고 지적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침체 상태를 보이며 악재가 겹쳤다. 12월18일 종가 기준으로 작년 5830원이던 쇼박스의 주가는 올해 3345원을 기록하며 42.6% 떨어졌다. 지난 11월2일에는 최저가 2940원으로 3년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마케팅부터 투자, 제작까지 전 영역에 걸친 전문가로 영화계에 뿌리가 깊은 김도수 대표의 첫 성적표가 위태로운 가운데, 쇼박스는 최대 기대작인 송강호 주연의 ‘마약왕’을 개봉했다. 쇼박스에게 마약왕은 올해의 우울한 실적을 반등시킬 카드다. 쇼박스 또한 마약왕의 천만 관객 돌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4분기 개봉영화만으로 작년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쇼박스는 내년 총 7편의 영화를 개봉할 예정이다. 김 대표가 최악의 2018년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1969년생으로, 2007년 쇼박스에 경력 입사했다. 이후 컨텐츠기획팀장, 한국영화팀장을 거친 뒤 2014년부터 쇼박스의 영화제작투자본부장을 맡아왔다. 지난 3월말 유정훈 전 대표의 사임 이후 황순일 관리 부문 대표이사와 함께 쇼박스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ruby@datanews.co.kr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