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뉴스=박시연 기자]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이 91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에 거부 의사를 밝힌 남양유업의 '저배당 정책'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1일 배당 확대를 요구했던 국민연금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보다 국민연금은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낮은 성향의 배당을 개선하지 않은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하여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결정한지 나흘 만이다.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은 업계 평균보다 낮다.
지난 2017년 기준 남양유업의 주당배당금은 1000원, 배당성향은 17%로 유가증권 기업 평균(33.8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이 10%대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2017년도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2017년 남양유업의 당기순이익은 50억 원으로 2016년도(372억 원) 대비 86.6% 급감했다.
2017년도와 같은 배당금을 지급했던 2015년과 2016년도 남양유업의 배당성향은 3.21%, 2.3%에 불과했다. 2017년도에 상장한 동종 업계 경쟁사 매일유업은 배당성향이 9.85%다.
배당금이 주가의 몇 %인가를 나타내는 시가배당률은 2017년 기준 남양유업이 0.14%, 매일유업은 0.68%로 5배가량의 격차를 보인다.
이와 같은 남양유업의 저배당 정책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행동주의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라가는 시장의 흐름과 거리가 있는 행보다. 실제로 2013년 4월30일 종가 기준 116만5000원까지 올랐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62만3000원으로 46.5%가량 급락한 상태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 측은 지분의 절반 이상을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배당 확대가 주주권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홍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총 51.68%로 아내와 자녀, 손자들이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53.85%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궤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은 배당권 포기나 양도가 가능하고 차등배당을 실시해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9151억 원에 달하는 이익잉여금 역시 남양유업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이란 기업의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순이익으로 배당이나 상여 형태로 유출시키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부분이다.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연결 기준)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자산 규모는 1조715억 원으로 부채가 1734억 원, 자본이 8980억 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총 자산의 85.4%가 이익잉여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연말 기준 8886억 원이었던 남양유업의 이익잉여금은 2016년 연말 처음 9000억 원을 넘어선 이후 계속 증가해 지난해 3분기에는 915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자본금이 44억 원, 자본규모가 8980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9000억 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은 사실상 남양유업이 그동안 배당을 거의 실시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 규모는 780억 원에 불과하다. 총 자산6519억 원의 12%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과도한 이익잉여금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매출 1조794억 원, 영업이익 83억 원, 당기순이익 2억 원을 기록했다. 즉 남양유업은 1년치 매출 규모의 85.1%에 해당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남양유업이 이익잉여금을 모두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18년 3분기 기준 남양유업의 현금성자산 보유액은 1676억 원이다. 남양유업은 이외의 이익잉여금으로 설비 투자를 단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당성향이 9.85%인 매일유업은 이익잉여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이 각각 780억 원, 698억 원으로 남양유업의 보유 규모보다 적다. 때문에 이와 같은 남양유업의 배당정책이 주주들에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편 남양유업의 이같은 보수적 경영 방침은 고 홍두영 창업주의 철학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홍두영 창업주는 1954년 비료를 수입하는 남양상사를 세우고 안정적인 경영을 해오다 1962년 화폐개혁으로 재산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64년 남양유업을 설립해 재기에 성공한 홍두영 창업주는 1990년 장남인 홍원식 회장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물려줄 때에도 '정치'와 '부동산 투기'를 금기할 것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이러한 남양유업의 보수적 경영 방침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빛을 발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1997년 IMF 경제위기로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을 당시 남양유업은 오히려 실적이 크게 늘어 1998년 11월 180억 원의 채무를 상환했고 덕분에 부채비율은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보수적 경영 철학으로 남양유업은 사업 다각화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유업에만 전념하고 있다.
si-yeon@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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