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에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마저 무너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안용찬-이석주 공동 대표 체제에서 이석주 단독 체제로 바뀐 이후 그의 첫 성적표다.
상반기 기준 초고속 성장을 보였던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창립 이래 최대이자 첫 70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증가세는 꺾였고, 특히 2분기 기준으로 두 지표는 모두 적자 전환했다.
1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제주항공의 상반기 별도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제주항공은 매출 702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5917억 원 대비 18.7%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그동안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꺾였다.
최근 제주항공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16년 162억 원, 2017년 434억 원, 2018년 581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3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48.3% 감소했다. 특히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74억 원으로 적자 전환해 20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 행진이 깨졌다.
2분기 당기순이익도 적자 전환해 -295억 원이다. 이로 인해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526억 원 대비 75.7% 대폭 하락했다.
제주항공은 늘어난 공급 대비 여행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환율 상승 등 외부 변수들의 영향으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LCC 업계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도 실적 전망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 여행객 감소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제주항공은 하반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신규서비스를 통한 부가매출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 올해 오픈한 인천공항 JJ라운지,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뉴 클래스’ 좌석 등이 그 예다. 또한 제주항공 관계자는 “올 하반기 중 승객들을 대상으로 여행자보험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제주항공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배분받은 중국 운수권을 바탕으로 일본노선에 비교적 치중됐던 노선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안용찬 전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기존 공동대표였던 이석주 사장은 단독 대표가 됐다. 첫 이석주 단독 대표 체제에서 제주항공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리자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석주 대표가 내놓은 대안이 불황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데이터뉴스 인맥연구소 리더스네트워크에 따르면 이석주 대표는 1969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인 이 대표는 2007년 V&S 투자자문 대표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며 제주항공 설립 자문을 맡았다. 이후 애경그룹 오너일가인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안용찬 전 제주항공 부회장의 권유로 2008년 애경산업 신규산업·혁신부문장 상무로 입사했고 2012년 제주항공 감사, 2014년 애경산업 마케팅 화장품부문 전략기획실 총괄과 제주항공 마케팅 본부장 전무 겸직, 2015년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지난 2017년 11월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특히 이 대표는 부사장 승진 2년 만에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돼 ‘초고속 승진’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루비 기자 rub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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