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전자업종 주요 대기업이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모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가전, 배터리 등 전자업종 대기업의 주력사업 대부분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속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등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벌리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이같은 R&D 강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8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전자업종 7개 주요 대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등 모든 기업이 지난해 연구개발비를 늘린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6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실적 하락을 경험했지만, 증액한 연구개발비 규모를 고수했다. 이에 따라 7개 기업의 연구개발비 합계는 2018년 29조9233억 원에서 지난해 30조9989억 원으로 7.2%(2조756억 원)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8.3%(1조5456억 원) 늘어난 20조2076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해 R&D 투자 20조 원 시대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5.5%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52.8% 줄었다. 하지만, 시스템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R&D 투자를 크게 늘리며 연구개발비 최고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연간 연구개발비 10조 원을 넘어선 이후 9년 만에 이를 20조 원으로 늘렸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가 크게 늘어난 특허 등록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스마트TV, 메모리, 시스템LSI 등을 중심으로 국내 특허 5075건과 미국 특허 8729건을 취득했다. 국내 특허는 전년(3068건)보다 2000건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현재 총 18만35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으로 극심한 실적 악화를 경험한 SK하이닉스도 역대 최대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7127억 원으로 전년(20조8438억 원)보다 87% 감소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전년(2조8950억 원)보다 10.1%(2935억 원) 늘린 3조1885억 원을 집행, 연구개발비 3조 원대에 진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세대 10나노급(1z) 미세공정을 적용한 16기가비트 DDR4 D램, 데이터 처리속도를 50% 끌어올린 'HBM2E' D램 등 차세대 기술 제품 개발에 연이어 성공했다.
삼성SDI는 2018년 715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4622억 원으로 35.4%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6048억 원에서 7126억 원으로 17.8%(1078억 원) 늘렸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연구개발비 증가액(1078억 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삼성SDI는 특히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17년까지 5000억 원대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해온 삼성SD는 2018년 6000억 원대에 이어 지난해 7000억 원대에 진입하는 등 R&D 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조35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전년보다 오히려 1.1% 늘려 1조7763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LCD 판가 하락과 경쟁 심화로 극심한 실적 하락을 경험한 LG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전환 가속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도 OLED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전력을 쏟고 있다. 또 지난해 전체 임원·담당 조직의 25%를 감축하면서도 CTO 산하를 기반기술연구소, 디스플레이연구소 등 2개 연구소 체제로 재편해 R&D 강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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