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간이 합작해 1조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이 정작 정부공공기관에서 외면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경찰, 산림, 소방 등 5개 기관에서 운용하고 있는 121대의 관용 헬기 중 국산 헬기는 12대(9.9%)에 그치고 있다.
경찰청이 21대 운용 헬기 중 중 8대(38.1%)의 국산 헬기를 사용하고 있고, 해경이 20대 중 2대(10.0%), 산림청이 48대 중 1대(2.1%), 소방청이 31대 중 1대(3.2%)를 사용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1대의 외산 헬기만 운영하고 있다.
영국 민간 군사정보 컨설팅 기업 제인스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주요 국가의 관용 및 군용 헬기의 자국산 비중은 러시아 99.7%, 프랑스 97.2%, 미국 92.5%, 중국 59.1%, 독일 49.5%로 집계돼 한국과 큰 차이를 보였다.
▲1조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헬기 ‘수리온’의 정부공공기관 도입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경찰청이 운용 중인 수리온 기반 경찰헬기 ‘참수리’ /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현재 5개 정부기관이 운용하고 있는 관용 헬기는 기종이 과도하게 많고 전체 기종의 46%(56대)가 20년 이상 된 노후기종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찰청과 해경, 산림청은 각각 6개 기종을 운용하고 있고, 소방청은 11개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종별로 서로 다른 장비를 운용하고, 교육훈련과 자재구매 등이 중복돼 운용효율성이 낮고 유지예산이 과도하게 들어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운용유지비 자료에 따르면, 소방청과 중앙119의 외산 헬기는 연간 운용유지비가 평균 10억2000만 원에 달하고, 산림청의 외산 헬기도 연간 9억5000만 원이 소요된다. 반면, 경찰청이 도입한 수리온은 연간 운용유지비가 5억8000만 원으로, 외산 헬기에 비해 38.9~43.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헬기 운용기간이 통상 30~40년인 것을 고려하면, 초기비용이 좀 더 높아도 운용유지비용이 낮은 헬기가 경제적이다. 따라서 헬기 한 대를 운용하는데 들어가는 총소유비용 면에서 국산 헬기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관용 헬기 도입과 관련해 외산 기종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청은 내자·국내입찰을 권고하고 있지만, 관용 헬기 도입 시 외자·국제입찰을 선호하고, 국산 헬기에 불리한 규격이 요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시도지사협의회에서 국산 헬기와 외산 헬기의 공정한 경쟁을 요청하는 등 국산 헬기 도입 확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관용 헬기 입찰 시 국산 헬기가 참여할 수 없는 조건이 요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소방 헬기 입찰 8건 중 국산 헬기는 3건에만 참여할 정도로 조건이 국산 헬기에 까다롭다는 것이다.
항공업계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산 헬기 개발에 성공했음에도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운용으로 자국산 헬기 도입이 확대되지 못하면서 해외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물품 구매·조달 시 가능하면 국산을 우선 구매·조달, 내수를 넓혀 해외 수출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국내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중앙기관이 각 부처의 관용 헬기 구매 소요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일괄 계약을 추진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종을 단순화하면 교육, 안전, 정비에 대한 통합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져 관용 헬기 운용유지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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