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CEO 절반 임기만료…실적부진 대표 일부 교체 전망

이재용 부회장 사법리스크 속 큰 변화보다 안정에 무게 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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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첫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2018년 말 상장계열사 대표를 모두 유임시킨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에는 상장사 대표 4명을 교체했다.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CEO가 많아 지난해보다 교체 폭이 클 수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변화보다는 조직 안정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삼성그룹 상장계열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 16개 상장사 중 절반인 8곳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삼성그룹이 대표이사 평가에서 실적이 차지하는 몫이 비교적 크다는 평가여서 실적이 나쁜 계열사 CEO의 거취가 주목된다.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상장사 대표가 20명 중 11명으로 절반을 넘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적이 좋지 않은데다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CEO의 연임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던 삼성그룹 전자계열사들은 올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6조9469억 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 증가했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은 58.8% 늘어난 12조3532억 원을 기록했다. 각 사업부문의 실적이 고루 개선됐다.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각각 이끄는 반도체(DS), 생활가전(CE), 모바일(IM) 부문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보다 1조 원 이상 늘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대표 3인방 모두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를 뺀 전자계열사 3곳은 수익성이 하락했다. 삼성SDS의 1~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11.5% 줄었고,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5.4%, 3.8% 감소했다. 다만, 3분기에는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60% 전후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2년 3월까지이고, 올해 대표이사에 오른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과 연임에 성공한 전영현 삼성SDI 사장의 임기만료는 2023년 3월이다. 


삼성그룹 비전자 계열사 중 가장 우울한 한 해를 보낸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3분기 누적 76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폭이 3674억 원 늘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2018년 1월 대표에 오른 뒤 한 번도 분기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남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멀티캠퍼스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61.4% 줄었다. 그룹 상장사 가운데 비교적 나쁜 성적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교육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2018년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유연호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내년 3월까지다. 

삼성엔지니어링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4.9%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20.9% 감소했다. 최성안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내년 1월까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누적 200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1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는 김태한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김 사장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에스원은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올 초 대표로 선임된 노회찬 사장의 경영 첫 해 성적표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생명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1% 증가했고, 삼성화재도 11.0% 늘었다. 특히 삼성증권(27.8%)과 삼성카드(29.7%)는 1~3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과 김대환 삼성카드 부사장은 올 초 대표에 올라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교체와는 무관할 전망이다.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도 대표직 유지에 무게가 쏠린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