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매출의 25%를 연구개발(R&D)에 투입하고 있는 네이버의 올해 R&D 규모가 국내 모든 기업 중 7번째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국내 비제조 IT 기업 중 가장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2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네이버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네이버의 올해 1~3분기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1조189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673억 원)보다 22.9%(2217억 원) 증가한 수치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국내 전체 기업 중 7위에 해당한다. 올해 1~3분기 R&D에 1조 원 이상 투입한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기아, 네이버 등 7곳이다.
여기에 LG화학, 현대모비스, 삼성SDI를 포함한 연구개발비 상위 10개 기업 중 네이버를 제외한 9개 기업이 제조분야 절대강자들이다. 이들 모두 네이버보다 사업규모가 크다. 이들의 매출은 네이버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1.5배에 달한다.
이처럼 규모가 큰 기업들과 R&D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네이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1~3분기 매출의 24.3%를 R&D에 투입했다. 연구개발비 상위 10개 기업 중 네이버를 제외한 9곳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모두 10% 미만이다. 연구개발비를 공시한 30대그룹 134개 상장계열사의 전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3.4%인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R&D 투자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경쟁사인 카카오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카카오는 올해 1~3분기 매출의 12.0%인 5242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연구개발비 규모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모두 네이버가 두 배 이상 앞선다.
네이버는 이 같은 R&D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9월 말 현재 검색, 플랫폼, 모바일, 온라인 광고·쇼핑, 인프라, 인공지능(AI) 등의 영역에서 247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716건)의 3.5배 규모다.
네이버의 적극적인 R&D 투자는 해외에 진출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이해진 창업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외로 갈 수 있는 기술 플랫폼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매출의 약 2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며 검색, 커머스, 광고, 콘텐츠, 인프라 등의 영역에서 자체 기술을 확보하고, 실제 서비스에서 갈고 닦은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최근 특히 AI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미국과 중국 중심의 기술 패권 경쟁에 맞설 수 있는 ‘글로벌 AI R&D 벨트’ 구축을 선언하고 한국-일본-유럽-베트남-홍콩을 거쳐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AI 연구벨트 간 협력을 강화해왔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대표적인 AI 학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 2021’에서 역대 가장 많은 8개의 논문이 채택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와 관련, 네이버는 장기적 관점에서 AI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물이라며, 수년 동안 매출의 약 25%를 R&D에 투자해왔고, 특히 AI 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앞으로 R&D 투자를 더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3월 전 직원에게 글로벌 도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기술력에서 나온다며 “매출의 25% 수준인 R&D 비용 지출을 장기적으로 30%선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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