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주 및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승인 신청을 냈다. 지분 매수 일정과 규모 모두 확정된 사항이 없으나, 카뱅 지분을 모두 확보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는 9조 원대로 급등하게 된다.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15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증권사 5개의 자기자본을 분석한 결과, 1위는 미래에셋증권이다. 2개년 모두 9조 원을 뛰어넘으며 다른 증권사와 남다른 격차를 보인다.
2위는 NH투자증권으로 올 9월 말 기준 6조8100억 원을 기록했다. 3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6조265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순위는 조만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지주 및 계열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한도 초과 보유 승인을 신청한 때문이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지분 100%를 가진 지주사, 자회사다.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4.0%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영은 23.18%를 보유하고 있다. 즉, 한투계열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27.18%로, 현재 카뱅의 최대 주주인 카카오(27.18%)보다 1주 적은 상태다.
2019년,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 지분 1주 적은 34%로 2대 주주였다. 그러나 자회사 편입이나 5% 이내만 남기고 지분을 팔아야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하에 한국투자증권으로 지분 29%를 넘기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지분을 10%, 25%, 33% 이상 한도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련법령 위반의 벌금형이 없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3월 채권 매매 수익률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50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결국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으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겼고, 지난 3월 공정거래법 벌금형을 받은 지 5년이 지나면서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주식 매수 추진에 나선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모두 확보할 경우 자기자본 규모는 9조 원대로 급등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기자본 기준 증권사 1위를 탈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에 따라 할 수 있는 사업과 한도가 정해져 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에선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이 명백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8조 원을 넘으면 종합투자계좌(IMA),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카뱅과 실질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증권사에 지분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림"이라며, "금융위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swim@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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