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주력 계열사를 이끌 신임 CEO로 그룹 내 재무전문가를 낙점했다. 그룹의 근간인 이마트와 신세계의 실적 하락 추세가 뚜렷해진 상황에서 위기 타개의 주역으로 그룹 내부 인물과 재무통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과감한 성장전략보다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넓힌 외연을 추스르고 사업구조를 다져 점진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이마트와 신세계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두 기업 모두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영업이익이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3168억 원)보다 57.2% 감소한 1357억 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는 3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14조1508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4조4065억 원으로 1.8% 늘었지만, 적자전환을 면치 못했다.
신세계는 올해 상반기 매출 3조1393억 원과 영업이익 3020억 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8%, 14.0% 하락했다.
지난 6월 그룹 내 6개 계열사(이마트·G마켓·SSG닷컴·스타벅스·신세계·신세계면세점)의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카드로 인적 쇄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수장에 재무전문가를 앉혔다. 이마트 신임 대표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를, 신세계 신임 대표로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낙점했다.
한채양 이마트 신임 대표는 신세계그룹 경영전략 분야에 몸 담으며 경영지원본부장, 전략실 관리총괄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9년에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 올랐다.
한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를 맡은 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0년 7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지난해 222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유통 사업군을 통합한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했다. 한 대표는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대표를 겸직한다. 효율성과 통합 시너지를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주형 신세계 신임 대표도 그룹 내 경영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박 대표는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38년 째 근무하고 있는 신세계맨이다. 신세계 경영지원실 기획담당 상무, 신세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 부사장, 이마트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6년부터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맡았다.
유통사업 전반을 거치며 집객,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만큼 통합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직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외부 출신이 아닌 내부 인사가 중용됐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재무통이 중책을 맡음에 따라 신세계그룹이 과감한 성장 추구보다는 '안정과 관리'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무·전략통으로 알려진 신임 CEO들이 그룹의 과제인 수익성 개선을 이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수민 기자 osm365@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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