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최근의 실적 부진에도 10년 이상 CEO를 맡아온 김태영 대표에게 다시 한 번 회사를 맡긴다. 변화 대신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1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웹젠의 주주총회소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오는 22일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 김태영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상정됐다.
웹젠은 주총 소집공고에서 김태영 대표가 회사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인사로, 재직기간 동안 뛰어난 업무성과를 보여줘 사내이사로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영 대표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 입사하면서 게임산업에 발을 들였다.
김 대표는 NHN의 자회사인 NHN게임즈에서 전략기획과 해외사업을 담당하다 NHN게임즈와 웹젠이 통합되면서 웹젠 해외사업 총괄과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다.
2012년 웹젠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힌다. 이번 재선임안이 통과될 경우 총 15년 간 회사를 이끌게 된다.
김 대표는 모바일 게임 ‘뮤 오리진’을 통해 웹젠의 오랜 부진을 씻어내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5년 4월 시리즈 첫 작품 뮤 오리진이 출시되면서 웹젠은 연 매출 2422억 원을 기록했다. 웹젠의 매출 가운데 70% 이상은 뮤 온라인, 뮤 오리진 등 뮤 지식재산권(IP)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다만 2021년부터 뮤 시리즈를 통한 실적 개선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2021년 ‘뮤아크엔젤2’, 2022년 ‘뮤오리진3’, 2023년 ‘뮤 모나크’를 연이어 출시했지만, 웹젠의 연 매출은 2021년 2847억 원, 2022년 2421억 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963억 원으로 2019년(1760억 원) 이후로 4년 만에 2000억 원 밑으로 떨어졌다.
웹젠이 2020년 최고 매출을 달성한 것은 이 기업의 두 번째 핵심 IP인 'R2'의 MMORPG 'R2M' 덕분이다.
하지만 R2M의 서비스 지속은 현재 불확실한 상황이다. 2021년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심에서 웹젠이 패소하며, R2M 서비스를 중단할 위기에 처했었다. 웹젠은 R2M의 서비스 중지를 막아달라며 재판부에 강제집행정지를 청구했고, 재판부는 웹젠(신청인)이 엔씨소프트(피신청인)를 위한 담보금 20억 원을 공탁하는 조건으로 1심 판결에 따른 강제집을 항소심 판결 선고시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김 대표는 뮤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브컬처 장르에 집중했다.
그는 일본 유명 IP를 사용한 게임을 배급해 운영 노하우를 쌓아 올해 자체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해 실적을 올리고, 외부 개발사에 투자, 퍼블리싱을 확대해 성장을 이어갈 생각이다.
지난해 웹젠은 일본 게임사들과 계약을 맺고 서브컬처 수집형 게임 ‘라그나돌:사라진 야차 공주’와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를 국내 배급을 개시했다.
올해는 산하 개발사인 웹젠노바가 개발하는 서브컬처 게임 ‘테르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국내 개발사 하운드13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협의를 통해 ‘프로젝트D’ 개발 및 서비스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 내 출시를 목표로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MMOPRG ‘프로젝트S’도 준비하고 있다.
김민지 기자 hones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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