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데이터뉴스
“이번 합병으로 확대된 외형과 경쟁력을 기반으로 세계 일류 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겠습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유 및 석유화학 기업 SK이노베이션과 LNG 및 발전기업 SK E&S는 지난 17일 각자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다음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합병법인은 11월 1일 공식 출범한다.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 1대 SK E&S 1.1917417로, 합병법인의 자산 규모는 100조 원이 된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상규 사장이 합병 배경과 기대효과 및 전략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양사 사장과 재무부문장이 질의에 답했다.
박상규 사장은 이번 합병 배경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석유·화학 사업의 불확실성 확대와 전기차 배터리 성장 둔화로 보다 과감하고 구조적인 혁신이 필요했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본래 하나의 기업이었다가 1999년 가스 사업이 독립 법인으로 분할돼 SK E&S가 탄생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SK E&S는 LNG·발전·수소 사업을 영위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및 유가 변동에 따른 석유·화학 사업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견고한 수익구조 확립과 성장 가속화를 위한 합병을 추진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석유부터 전기까지 전 에너지 벨류 체인을 통합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의 기대효과로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 ▲안정적 재무·손익구조 구축 ▲시너지 기반의 가치 창출을 꼽았다.
박 사장은 “현재 EV 시장의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며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캐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관성이 높고 핵심 역량이 상호 보완적인 SK E&S의 LNG, 전력, 신 에너지와 같은 사업과 결합되면 이러한 캐즘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원유정제,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석유개발사업과 SK E&S의 가스개발, LNG 트레이딩, 복합화력발전의 경우 자원개발 역량이 결합돼 탐사·개발 경제성과 수익성이 높아지고, 선박·터미널 등 인프라의 공동 활용으로 운영 최적화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양사가 추진해 온 전기화도 한층 탄력받을 전망이다.
박 사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앞으로 석유에서 전기로 점차 옮겨져 고객사들의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며, “양사의 합병을 통해 고객 맞춤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는 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열관리 시스템과 SK E&S의 재생에너지, 구역 전기사업 등 분산전원, 수소, 충전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에서 양사가 보유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사업구조 안정화와 영업이익 규모 확대 및 변동성 축소를 전망했다. 이번 합병으로 SK이노베이션은 자산 100조 원, 매출 88조 원,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5조8000억 원, 세전이익 2조4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박 사장은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 합병에 대해 “SK온의 경쟁력 강화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새로운 성장기회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며 “SK온은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터미널 사업에서 나오는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EBITDA를 기반으로 배터리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부문인 SK온은 현재 10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33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에서는 SK온의 수익구조 개선이 이번 합병의 큰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이번 3사 합병으로 SK온이 원소재 확보 경쟁력 및 사업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리튬, 니켈 등 광물 트레이딩 분야로 신규 진출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SK엔텀의 합병으로 트레이딩 사업에 필요한 저장 역량을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왼쪽부터)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사장,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이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SK이노베이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재무부담이 해소되지만 발행 주식 수의 증가로 주당 적정 가치가 낮아져 불거진 주주 보상건에 대해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시가 기준으로 10.8조 원, SK E&S는 6.2조 원으로 평가가 됐다”며, “양사가 가진 현재의 수익력과 미래의 성장 능력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 20일에 상장될 예정이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상승하게 된다.
합병에 있어서 내부 조직 구성원 간의 의견 수렴과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추형욱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상장사이기에 공정 공시에 법적 요건을 맞춰야 돼 의사결정이 되기 전까지 구성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기 어려웠다”며, “SK E&S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해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추 사장은 또 앞으로의 조직 구성 및 업무 변화에 관한 우려에 대해 “SK E&S의 기존 사업의 운영 체제, 의사결정 구조 등에 큰 변화가 없게 책임경영 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phy@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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