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차기 행장 후보로 이호성 현 하나카드 대표를 선정했다.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히는 이 후보를 은행장에 앉히며 리딩뱅크 탈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는 하나카드에서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트래블로그’를 앞세워 수익성을 끌어올린 성공 경험을 만든 바 있다.
27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하나은행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2조7808억 원으로 집계됐다. 4대 시중은행(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중 두 번째로 높다.
하나은행은 그간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동반 성장을 기반으로 순이익을 늘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3조476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이에 타 은행들을 제치고 독보적으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2조7664억 원) 대비 0.5%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이승열 현 행장이 취임한 2023년 이후 순이익 성장세를 지속해 이 행장의 연임을 점쳤다. 하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연말 인사를 통해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차기 은행장 후보로 택했다. 이승열 행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에 전념한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는 1964년생으로, 대구중앙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한일은행 대구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에서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영업그룹장 등을 거쳤다. 2023년 하나카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가 2년 만에 하나은행으로 복귀한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86%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올해 순이익 증가율이 신한은행(19.4%)과 우리은행(10.2%)에 뒤지는 등 성장에 제동이 걸린 만큼 이 후보 체제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
이 후보는 하나카드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트래블로그 카드를 바탕으로 해외체크카드 결제액 증가를 이끌었다. 2022년 7월 선보인 트래블로그 체크카드는 고객을 빠르게 늘려 출시 1년 여 만에 가입자 200만 명을 넘겼다.
하나카드는 고객 확보를 기반으로 해외 결제실적을 늘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하나카드의 해외 직불·체크카드 결제액은 2조4010억 원으로, 8개 전업카드사 전체 결제액(5조2906억 원)의 45.4%를 차지했다.
순이익 성장세도 돋보였다. 올해 1~3분기 순이익은 2079억 원으로, 전년 동기(1369억 원) 대비 51.9%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 카드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다(KB국민 36.0%, 우리카드 32.5%, 신한카드 17.8%).
우리카드의 견제를 제치고 3위 자리도 공고히 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3분기까지의 순이익이 1469억 원으로, 두 기업 간 격차는 610억 원까지 벌어졌다. 전년 동기(260억 원) 대비 350억 원 늘었다.
비교 대상을 8개 전업카드사로 확대하면, 지난해 6위에서 올해 5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이 이 후보 체제에서 영업력 강화를 통해 리딩뱅크 탈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함영주 대표 체제에서 영업력 강화를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이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감소 등 대내외 상황이 불안정한 점은 부담이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추위는 이 후보에 대해 “하나카드 대표이사 재임 기간 동안 조직에 긍정 에너지를 확산시키며 트래블로그 카드를 히트시키는 등 영업력과 수익성을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회사를 변화시킨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윤혜 기자 dbspvpt@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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