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 지주사 DL㈜가 지난해 영업이익을 173.7% 늘렸다.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은 석유화학 업종 자회사들이 선전하며 국내 그룹 지주사 중 최상위권 영업이익 상승률을 끌어냈다.
13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DL㈜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매출 5조6154억 원, 영업이익 4125억 원, 당기순이익 1359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9%(5976억 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73.7%(2616억 원)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DL㈜이 지난해 수익성을 크게 늘린 것은 주요 자회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DL㈜은 DL케미칼, DL모터스, DL에너지,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을 종속회사로, YNCC(여천 나프타 분해시설), DL이앤씨 등을 지분법 자회사로 두고 있다.
특히 DL케미칼 등 석유화학 분야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지난해 석유화학 업종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의 대규모 증설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기업의 실적이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DL그룹 석유화학 계열사들은 선방했다.
DL케미칼은 지난해 1949억 원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올려 전년(1108억 원) 대비 75.9% 증가했다. 2023년 156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크레이튼(Kraton)은 지난해 1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했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를 통해 석유에서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업스트림 부문에 집중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DL은 기초유분을 분해해 최종 소비자용 제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 부문에 집중한 것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윤활유 첨가제로 쓰이는 폴리부텐 실적 확대, 합성고무, 위생용 접착제, 의료용품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YNCC도 지난해 15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전년(-2388억 원)에 비해 적자를 885억 원 줄였다. Y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지분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김종현 DL㈜ 대표이사 부회장 / 사진=DL㈜
DL의 실적 상승과 관련, 화학·배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김종현 DL㈜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1984년 LG그룹에 입사해 LG화학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고 LG에너지솔루션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2년 3월 DL케미칼 대표이사에 오른데 이어 2022년 11월 DL㈜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현재 DL㈜과 DL케미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DL케미칼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강화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강동식 기자 lavita@dat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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