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무더기 연임, 국민연금의 판단은?

4대 금융지주의 1~2대 주주, 3월 주총에 스튜어드십 코드 주목…금융권 긴장 고조

  • 카카오공유 
  • 메타공유 
  • X공유 
  • 네이버밴드 공유 
  •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목록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금융지주 회장들 무더기 연임, 국민연금의 판단은?

금융권의 ‘왕좌’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수장들이 차기 회장 후보로 이사회를 통과한 가운데, ‘큰손’ 국민연금이 이들의 연임에 제동을 걸지 여부를 두고 경제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부패한 이너서클’로 규정하며 고강도 인적 쇄신을 시사함에 따라, 오는 3월 주주총회는 금융권 판도를 뒤흔들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2일 데이터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4대 금융지주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민연금은 현재 신한금융(지분율 8.57%)과 하나금융(9.23%)의 1대 주주이며, 우리금융(6.56%)의 2대 주주다. 이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사실상 쥐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니버셜 오너(Universal Owner)로서 투자 전 과정에 이에스지(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반영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시즌 2’를 통해 수탁자 책임 활동을 내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히 수익률을 따지는 것을 넘어, 지배구조(G)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와함께, 금융지주의 회장 연임을 결정한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도 전방위 압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재선임 반대는 물론, △해임 주주제안, △대표소송, △금융당국을 통한 문제 제기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은행장 했다가 회장 했다가 10~20년씩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소수가 제멋대로 하는 것을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차세대 후보군도 에이징(Aging)돼 골동품이 된다”며 장기 집권 체제를 정조준했다. 이 원장은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주장해온 ‘강경파’로 분류된다.

금융권은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직 회장들이 실적 면에서 좋은 경영 성과를 냈는데도,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국민연금의 압박이 거세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이번 주총 결과는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양종희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KB금융의 지분 8.56%를 보유한 1대 주주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민연금이 ‘거수기’ 역할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실린 만큼, 전례 없는 조치가 쏟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