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vs 가상자산업계,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이자’ 놓고 전쟁중

WSJ, “연 3.5% 리워드에 은행권은 “규제없는 예금이다” 강력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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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자처럼 연 3.5%의 ‘리워드(보상)’를 지급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놓고, 가상자산 업계와 은행들이 미국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리워드는 투자자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총액을 기준으로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연간 지급하는 수익을 뜻한다.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같은 정책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은행들이 이 리워드를 ‘규제 없는 고금리 예금’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이 이같은 리워드 기능을 앞세울 경우, 전체 상업은행 예금의 1/3이 넘는 6조6000억 달러(약 9709조 2600억 원)의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금 미국 워싱턴에서 스테이블코인 리워드 제도를 둘러싼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연 3.5% 수익을 리워드로 지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고금리 예금 역할을 하면서, 은행 시스템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충돌로, 가상자산 제도화 법안의 논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의 표결을 연기했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는 첫 연방 규제의 틀로 주목받아 왔다.

양측이 충돌하는 핵심은 가상자산 기업들이 리워드로 부르는 제도라고 WSJ는 설명했다. 리워드는 주로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서 활용되며, 거래·해외송금·국제 자금 이전 등에 널리 사용된다.

은행권의 시각에서 보면, 코인베이스가 제공하는 연 3.5%의 리워드는 사실상 ‘고금리 예금’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은행들이 고객 예금을 취급할 때 적용받는 각종 규제는 전혀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 단체들은 “이 같은 리워드가 지역 기반 은행(Main Street lenders)을 초토화할 것”이라며 의회에 서한과 전화 공세를 퍼붓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일반 이자 지급 수시입출금 계좌 평균 금리는 0.1% 미만이다.

미국은행협회(ABA)의 브룩 이바라 혁신·전략 담당 수석부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이 수익을 제공할 경우, 예금 기반과 지역사회 대출 기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는 지역은행들의 목소리를 매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수천 명의 은행가들이 협회를 통해 상원의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냈다.

입법 지연으로 번진 ‘리워드 논쟁’
이 논쟁은 상원 은행위원회가 가상자산 시장 구조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던 계획을 연기한 주요 배경 중 하나다. 팀 스콧(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표결을 불과 12시간 앞두고 “초당적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법안 심사를 연기했다.

이 법안은 모든 디지털자산을 포괄하는 첫 연방 차원의 규제 틀이 될 전망이다. 이미 하원은 유사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 통과를 위해서는 공화당 거의 전원과 일부 민주당 의원의 지지를 확보해 60표를 얻어야 한다.

리워드 논쟁은 은행들과 가까운 톰 틸리스 의원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활동과 관련한 윤리 규정 강화 요구까지 겹치며, 법안 논의가 더욱 복잡해졌다.

대형 은행 vs 가상자산 기업 공방
제이피모건체이스, 씨티그룹 등 대형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리워드에 반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체 가상자산 상품과 파트너십을 준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 일부 은행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에 대해 “대형 은행들이 지역은행을 앞세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반발한다. 블록체인협회의 서머 머싱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년간 본 것 중 가장 강력한 은행권 로비”라며 “실제로는 대형 은행의 이해관계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코인베이스가 주도한 시민단체 ‘스탠드 위드 크립토(Stand With Crypto)’도 법안 통과를 촉구하며 의회에 대규모 전화·서한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리워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정안이 포함될 경우, 이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지지를 철회하면, 법안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2의 예금 시스템 아니냐’ 우려
미 재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리워드 기능을 앞세울 경우, 최대 6조6000억 달러(약 9709조 2600억 원)의 예금이 은행 시스템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현재 미국 전체 상업은행 예금(약 18조7000억 달러·약 2경 7505조 8300억 원)의 1/3을 넘는 규모다.

은행 예금은 25만 달러(약 3억 6772만 5000원)까지 정부 보증을 받는 대신, 엄격한 건전성·영업 규제를 적용받는다. 은행권은 “규제 없는 고수익 스테이블코인이 ‘그림자 예금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타협안은 있지만… 갈등은 계속
최근 법안 초안은 △단순 보유에 따른 리워드는 금지하되, △결제 사용 등 특정 활동과 연계된 리워드는 허용하는 절충안을 담았다. 그러나 은행권은 여전히 리워드 전면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제이피모건의 재무 책임자 제러미 바넘은 “경쟁 자체는 환영하지만, 규제 없는 병렬 금융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은행에는 분명히 사업 모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