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 투자자들 국채 대신 ‘금’으로 회귀

FT, “인플레이션 쇼크 우려에 금·비트코인과 관련주들이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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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으로 자산 이동의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국채를 버리고 금과 달러로 몰리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일본 등 유가 취약국의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 비중을 높이는 한편, 영국 등의 방산·에너지주로 갈아타며 ‘리스크 회피’ 모드에 돌입하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FT는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이 몇 주간 지속될 것(weeks-long)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란 신정 체제의 핵심 기반과 이슬람 공화국을 보호하는 혁명수비대를 완전히 ‘해체’하기 위해 몇 주간의 군사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쇼크 공포가 일면서 거물급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정부 국채 대신 금과 미국 달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금값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며 장중 한때 트로이온스당 5400달러(약 791만 9100 원)를 돌파, 2.6%나 폭등했다. 이는 카타르 천연가스 시설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새로운 에너지 위기 우려가 고조된 결과다.

반면, 시장 불안기마다 ‘피난처’ 역할을 했던 국채는 트레이더들이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비하면서 약세를 보였다고 FT는 밝혔다.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은 0.08%포인트 상승한 2.09%를 기록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헤지펀드인 마셜 웨이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 셉 바커는 “금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국채는 리스크 회피 상황에서 보호막 역할을 다시 한번 실패하고 있다”며, 걸프 지역의 상황이 “비(非)채권형 안전 자산”으로의 비중 확대를 정당화한다고 분석했다.

블랙록 인스티튜트의 분석가들은 이번 시장 반응에 대해 “중동 갈등 심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고려할 때, 장기 국채는 신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평형추가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피지아이엠의 글로벌 채권 책임자 로버트 팁은 금이 ‘글로벌 불확실성 프리미엄’의 수혜를 입고 있다며, 현재 환경에서 “무엇이 진정한 안전 자산이고 중립적인 자산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이란이 카타르에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확대함에 따라, 일부 트레이더들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의 한 선임 트레이더는 “전쟁은 늘 예상보다 길어진다”며 달러와 금을 주요 안전 자산 거래 대상으로 꼽았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월요일 0.9% 상승했다.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 위기 상황에서 달러가 수행하는 전형적인 안전 자산 역할을 보여준다.

불확실성이 커지자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 프랑스 운용사 카르미냐크의 케인 토제트 투자위원을 일본 주식을 포함한 지분 노출을 줄이고 있으며, 급등한 석유 관련주도 매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기 때문에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제트는 주가 하락에 대비해 에스앤피(S&P) 500 풋옵션을 매수하는 한편, 인플레이션 급등이 국채에 미칠 위험을 고려해 주식에서 뺀 자금 일부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티의 글로벌 주식 전략 책임자 비아타 만테이는 높은 유가에 취약한 일본 주식의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방산 및 에너지 비중이 높은 영국 주식은 상향 조정했다. 그녀는 “상황이 악화하면 투자자들은 가능한 모든 곳에서 위험 자산을 던질 것이며, 이는 동시다발적인 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은 이러한 매도세 속에서 수혜를 입으며 지난 1월의 하락분을 대부분 만회했다. 반에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이마루 카사노바는 “금은 불확실성과 위험이 고조될 때마다 궁극적인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거듭 증명해 왔다”고 평가했다. 나틱시스 분석가들은 이란 분쟁이 지속될 경우 금값이 몇 주 내에 최대 15%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유럽 가스비 30%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트레이더들은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있다고 FT는 말했다. 이는 글로벌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은 올해 말까지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시장 가격에서 사라졌고, 유로존 역시 연내 추가 인하 확률이 지난주 55%에서 15%로 급락했다.

투자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유가 및 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그리고 △해상 원자재 무역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지 여부라고 FT는 설명했다. 비엔피(BNP) 파리바 자산운용의 니콜라스 트린다데는 “분쟁이 길어질수록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예측치에 반영해야 하며, 이는 금리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전쟁 이후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했다고 FT는 밝혔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초 12만 5000 달러(약 1억 8348만 7500 원) 부근에서 최고점을 찍은 후 거의 50% 가까이 급락해 왔다. 비트코인은 8% 상승, 7만 3777달러(약 1억 829만 7258.3 원)까지 오르며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시장의 장기적인 타격 우려로 급락했던 미국 주식과 기타 위험 자산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FT는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급반등에 힘입어 코인베이스 주가는 15%, 로빈후드는 8%, 제미니는 34%가 뛰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주가는 6% 올랐고,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는 10%, 마이크 노보그라츠의 갤럭시(Galaxy)는 18% 급등했다.

권선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