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의 거센 공세 속에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슈퍼앱(Super App)’을 향한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앱 하나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금융사들의 앱은 과거 송금과 조회 중심의 모바일뱅킹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제는 앱 하나로 △은행 △증권 △카드 △보험은 물론, △부동산 △배달 △가상자산까지 해결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슈퍼앱 경쟁의 중심에는 리딩금융 자리를 다투는 케이비(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있다. 이들은 각각 3000만명이 넘는 월간활성이용자(MAU) 수와 서비스 고도화 측면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KB금융 전체의 MAU는 3442만명, 신한금융 전체의 MAU는 3060만명에 달한다. 양사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필살기’를 꺼내 들었다.
‘KB스타뱅킹’, AI 고도화와 초격차 유지
KB금융은 탄탄한 1위 트래픽을 바탕으로 ‘더 똑똑한 비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강력한 1위 플랫폼인 ‘KB스타뱅킹’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미 MAU로 시중은행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앱의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KB금융은 생성형 AI 에이전트 도입에 주력하고 있다. 별도의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지 않아도, 앱 내에서 자연어로 금융 및 생활 정보를 묻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또한, 글로벌 고객의 록인(Lock-in)에도 열심이다. 외국인 고객을 위해 앱 화면을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해 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신한 슈퍼SOL’ 6월 개편, 원앱 전략에 사활
이에 맞서, 신한금융은 금융의 경계를 깨부수고 ‘가상자산’과 ‘생활’을 융합하는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슈퍼쏠(SOL)’ 중심의 완전한 유니버설 생태계를 지향하고 있다. 흩어져 있던 계열사 역량을 올해 6월 초까지 ‘뉴 슈퍼쏠’로 통합하는 ‘원 앱(One-App)’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계열사 간 이동 없이 모든 금융 거래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진정한 유니버설 앱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신한금융은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에 맞춰, 이 앱에 은행 계좌와 연동되는 ‘코인 지갑’ 서비스를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자체 배달 플랫폼인 ‘땡겨요’와 국내 프로야구 콘텐츠를 앱 내에 이식해 금융 소비자가 아닌 일반 대중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나·우리·농협의 추격… “킬러 콘텐츠로 승부”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약한 하나·우리·농협금융 역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무기로 슈퍼앱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전통의 강점인 외환 서비스를 살린 ‘트래블 로그’를 킬러 콘텐츠로 내세웠다. 슈퍼앱인 ‘하나원큐’에서 카드 신청부터 해외여행 보험 가입까지 한 번에 끝내는 구조다.
우리금융은 최근 인수한 동양·에이비엘(ABL)생명과 우리투자증권의 시너지를 노린다. 별도의 증권거래시스템(MTS) 설치 없이 ‘우리원(WON)뱅킹’ 내에서 국내외 주식을 바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등 ‘종합금융’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농협금융은 엔에이치(NH)투자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개설 기능을 ‘NH올원뱅크’에 직접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그룹 내부로 자금이 순환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의 슈퍼앱 경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각 금융사간의 경쟁이 과거 ‘금리·상품’이었다면, 현재는 ‘플랫폼·데이터·체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권선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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