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전쟁중

KB, 외환거래 기술검증 완료...신한·하나 등도 ‘생태계 확장’에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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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원화 스테이블코인 패권전쟁중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을 향해 앞다퉈 매진하고 있다. 발행·결제·외환을 아우르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비(KB)금융은 외환거래 실증과 글로벌 발행사 연계를 앞세워 ‘표준과 인프라’를 다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은행권 컨소시엄으로 ‘확장성’에 베팅한다. 신한금융은 글로벌 송금·결제 실증과 ‘플랫폼 결합’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KB, 외환 실증에 방점
KB금융은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달러의 △자산 교환, △실시간 정산, △조건 자동 실행 구조를 점검하는 개념증명(PoC)을 최근 마쳤다. KB는 이 과정에서 △고객신원확인·자금세탁방지, △거래 일시정지, △특정주소 동결 등 규제 준수 기능을 반영한 ‘스마트 컨트랙트 표준’도 함께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KB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해외송금·무역결제에 쓸 수 있는 ‘외환 직접 연결망’을 먼저 구축하려는 것으로 본다.

KB의 강점은 글로벌 발행사와의 기술 접점이다. KB는 미국 스테이블코인업체 서클의 운용 플랫폼(Circle Mint)을 활용한 PoC를 통해 발행부터 송금, 환전, 인출까지 스테이블코인의 생애주기를 검증했다. 서클과는 국내 활용·국제결제·원화코인 가능성까지 협의 영역을 넓혔다. 또 앵커리지 디지털 같은 수탁사와도 기술 협약을 맺는 등 발행·수탁·정산을 아우르는 체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 ‘연합 전략’ 강화
하나금융은 ‘컨소시엄 전략’을 택했다. 비엔케이(BNK)금융지주, 아이엠(iM)금융지주, 에스씨(SC)제일은행, 오케이(OK)저축은행 등이 참여한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 출자와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까지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의 전략은 초기 시장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것. 은행만으로는 결제생태계가 충분히 넓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방은행·저축은행·플랫폼·제조업까지 묶어야 실제 사용처를 늘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업계는 하나금융에 대해 두나무·네이버와의 접점, 삼성과의 결합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연합 전선’ 측면에서 가장 공격적이라고 평가 하고 있다.

신한, 실사용 먼저
신한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의 ‘쓸모’를 먼저 보여주려 한다. △글로벌 송금 인프라 구축. △해외 결제 실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와함께, 은행의 유동성 공급과 컴플라이언스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에서 유력한 대안이지만, 은행 기반 환전·정산 연결 구조가 없으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삼성의 협력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신한이 삼성월렛 등 디바이스 기반 결제 접점과 연결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고 본다. 제도권 내에서 기술 실증과 생활형 결제를 동시에 겨냥하는 점이 신한의 특징이다. 

이밖에, 우리금융은 △블록체인 기반 무역금융·송금 실증 사업 추진, △중소기업 결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 탐색 등을 진행중이다. 엔에이치(NH)농협금융은 △지역 기반 결제 및 농업 유통망과 연계한 토큰화 실험, △스테이블코인의 실물경제 연결성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모델과 차이
해외에서는 서클과 팍소스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서클은 발행·관리 플랫폼과 글로벌 유통망을 바탕으로 은행과의 제휴를 넓히고 있다. 팍소스는 고객신원확인·자금세탁방지, 거래 모니터링, 자산 분리 등 규제 준수 프레임을 앞세워 왔다. 다만 팍소스는 고객신원확인·자금세탁방지 미비 문제로 미국 뉴욕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전례가 있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기술’보다 ‘통제체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본의 에스비아이(SBI)와 서클의 협력 사례도 참고가 되고 있다. SBI는 서클에 투자하고 합작법인까지 추진하며 서클 스테이블코인(USDC)의 일본 내 유통망을 키웠고, 규제 승인 이후 기관 신뢰를 넓혔다. 한국 금융지주사들 역시 해외 발행사와 손잡되, 국내 규제에 맞는 발행·정산·보관 구조를 별도로 짜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더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는 것이다. 

권선무 기자